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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B] 高 졸업 앞두고 하반신 마비 "제 삶을 놓을 수는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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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요리학교 입학 취소 후
병원에서 재활하며 대입 준비

올해 이화여대 입학
사이애슬론 대회 입상 쾌거

"국제기구에서 일하고파"

올해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이주현씨. (사진=본인 제공)

올해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이주현씨.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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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설마 내가 마비가 되는 건가. 마비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했었고요. 병원에 계속 있다 보니까 마비가 됐다는 게 실감이 났어요. 왜 내가 이렇게 됐을까 생각도 했지만 또 그 생각만 하고 있을 순 없었고요. 부모님도 걱정하실 것 같고 저한테도 좋을 게 없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제 삶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2000년생 이주현씨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2019년 1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택시를 타고 외할머니 병문안을 가던 중 반대편에서 오는 신호 위반한 차량과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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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IA 요리학교에 가려고 했었던 계획은 변경해야만 했다. 다친 상태로 혼자서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주현씨는 1년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다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했다. 재활 치료와 대입 준비를 병행해야 했기에 시간이 늘 부족했다. 여럿이 함께 쓰는 병실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때때로 신경도 곤두섰다. 그는 "여러 명이 함께 보는 텔레비전을 아예 끌 수가 없어서 소리 때문에 약간 예민해지는 상황이 있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제가 혼자서 일어나는 것도 못 했었거든요. 재활 치료를 받다 보니까 점점 혼자 일어날 수 있었고요. 혼자서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는 팔 근력도 생겼어요. 내가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수록 일상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희망을 얻었어요."

노력의 결과로 올해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교에 입학한 주현씨는 지난 달 열린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사이배슬론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공학적으로 설계된 보조도구를 활용해서 미션을 수행하는 운동 경기다. 누가 단 시간에 미션을 마칠 수 있는지 기록을 재서 순위를 낸다.


주현씨는 두 달 전부터 반려묘 '참깨'를 키우기 시작했다. 참깨는 주현씨와 줌(Zoom)으로 인터뷰 하는 동안 틈틈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도도하게 걷는 모습이 귀여웠다. 6개월 된 참깨와 주현씨.(사진=이주현씨 제공)

주현씨는 두 달 전부터 반려묘 '참깨'를 키우기 시작했다. 참깨는 주현씨와 줌(Zoom)으로 인터뷰 하는 동안 틈틈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도도하게 걷는 모습이 귀여웠다. 6개월 된 참깨와 주현씨.(사진=이주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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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입학한 대학교는 딱 세 번 밖에 못 갔다. 주현씨는 "친구들이랑 수업 끝나고 밥 먹는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며 "코로나 때문에 강의실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사고 후 주현씨는 꿈이 바뀌었다. 평소 관심 있었던 시사 분야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고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그는 "유엔(UN)에서 장애인 인권을 지원하는 부서나 여성인권, 환경 대책을 세우는 부서에서 근무해보고 싶다"며 "유엔 공식 용어인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도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장애인일 때는 느끼지 못 했던 시선이 가끔은 느껴진다. 주현씨는 그럴 때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아직까지 낯선 존재구나'란 생각이 든다.


주현씨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면 사회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며 "우리가 이렇게 그냥 일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편견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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