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의류 소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의 주가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영원무역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32%(100원) 오른 3만1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한 영원무역 의 주가는 지난달 이후 10% 이상 오르며 회복 흐름을 보였다. 이날도 오전 10시 현재 전일 대비 6% 이상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의류 OEM 대표주인 한세실업 역시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회복 흐름을 보였다.
최근 의류 OEM 업체들의 주가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은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올해 전 세계 소비가 일시적으로 얼어붙으며 의류와 신발 업체들 그리고 제조사인 OEM 업체들도 2~3분기 이익이 대폭 감소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소비는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양상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매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는 연초 수준까지 회복됐고, 의류 및 신발 소비는 9월과 10월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6%, 2.2% 증가했다.
업황이 개선되는 가운데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 하락과 기존 공급망의 균열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먼저 미국의 수입 의류 및 신발 품목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미국의 의류와 신발 수입액은 각각 28%, 26% 감소한 반면 중국산 제품은 32%, 38% 감소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격화된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던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쟁력이 한 차례 더 약해졌다"며 "내년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중국산 제품은 다시 예전 수준 만큼의 점유율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라는 외부충격에 따른 기존 공급망의 균열도 국내 OEM사에게는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되고 있다. 고객사들의 줄도산으로 영세한 제조사들의 파산이 이어지면서 의류 OEM 시장은 한국과 대만의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유 연구원은 "제조업이 팬데믹 상황에서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당장의 매출 감소보다 가치사슬의 붕괴,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추락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대형사들은 영세 사업자들의 구조조정, 이른바 제조사 통합효과로 경쟁력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세실업은 올해 4분기 영업이익 1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32.3% 증가한 8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영원무역 역시 4분기 영업이익 4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패션업계의 친환경 윤리적 생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기회라는 평가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과 영원무역 등 대형 업체들은 친환경 원단 개발, 친환경 공장 건축, 공정무역, 엄격한 노동 컴플라이언스 준수 등을 통해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어 관련 수주가 크게 늘어나는 중"이라며 "이는 대형 사업자에게 유리한 변화로 앞으로 사업자 재편이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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