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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땅 파고 물 퍼내서 만든 선릉, 진짜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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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굴' 신유진 미술감독, 철저한 고증으로 도굴품 사실적으로 빚어내
"가짜처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작업 까다로워…소품으로 특별한 의미도 부여"
선릉 세트 조성하는데 태풍 다섯 번 지나가 "팀원들 매일 흙투성이, 고마워"

[라임라이트]"땅 파고 물 퍼내서 만든 선릉, 진짜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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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굴'에는 다양한 문화재가 등장한다. 황영사 금동불상, 고구려 고분벽화, 서울 선릉…. 주인공 강동구(이제훈)는 존스 박사(조우진), 삽다리(임원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주요 귀중품을 탈취한다.


모의와 범죄에 의의를 부여하려면 무엇보다 위조품이 진품처럼 나타나야 한다. 제작사 싸이런픽쳐스는 신유진 미술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상의원(2014)', '검객(2020)' 등 사극 영화에서 쌓은 경험을 높이 샀다. '오피스(2014)', '그대 이름은 장미(2018)' 등에서 공간과 소품으로 배역의 성격을 부각한 점도 주목했다.

신 감독은 철저한 고증과 해석으로 다양한 문화재를 사실적으로 빚어냈다. 아울러 다양한 공간에 갖가지 소품을 배치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시종일관 경쾌한 리듬감을 조성하는 영화에서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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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극에서 문화재 구현은 사극에서와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진품과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세월의 흔적도 나타나야 하고.

"가짜처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작업이 까다로웠다. 고증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박물관과 도서관을 여러 번 방문해 디자인의 초석을 다졌다. 제작과정에서는 각본을 쓴 류선규 작가와 문화재를 복원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영화에서 실제 유물처럼 나타나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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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사 9층 석탑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고려 초기 세워진 월정사 8각 9층 석탑 등이 연상되던데.

"시나리오에서 건립된 시기가 고려로 제시된다. 뉴스 화면에서 기자가 '도굴된 황영사 9층 탑 안에는 고려 시대의 불상과 사리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당시 세워진 석탑들의 특징을 많이 참고했다. 실제 이미지와 당시 건축 양식을 토대로 크기와 모양을 디자인했다. 제작은 특수소품 팀에서 담당했다. 실제 절 공간을 확보하고 조성해 허구로 느껴질 여지를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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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품과 유물이 전시된 진상길 회장(송영창)의 호텔 지하 수장고를 특별하게 조성했는데.

"시나리오에서는 단순한 창고였다. 진상길 회장의 욕심 많은 성격을 부각하려면 개인 박물관 같은 느낌이 필요했다. 박정배 감독에게 새로운 콘셉트를 제안해 첨단 센서를 부착하는 등 공간을 세련되게 꾸몄다. 복도에 살균 처리된 느낌을 줄 만큼 꼼꼼하게 작업했다. 박정배 감독이 마음에 들었는지 금고기술자의 대사까지 추가하며 조명했다. 진상길 회장에게 '온도, 습도, 광량이 계절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됩니다'라며 다양한 기능을 설명한다. 내부는 다양한 문화재와 모조품으로 채워 넣었다. 고미술품 판매상과 유물복원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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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문화재 가운데 세종대왕 어진이 눈에 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얼굴과 거리가 먼데.

"실제 어진은 임진왜란(1592~1598)까지 보존됐으나 그 뒤 소실됐다고 한다. 표준영정과 다르게 표현될 여지가 있어 강동구의 얼굴과 흡사하게 만들었다. 동양화 작가님께서 수고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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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가 자란 만기(주진모)의 고물상도 독특했다. 보통 고물상이나 재활용센터와 달리 오래된 텔레비전, 타자기, 전화기 등이 있었다.

"만기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오래된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따뜻한 아버지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름도 '보물 고물상'이라 명명했다. 오래된 물건도 세월이 지나면 보물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이 곳곳에서 나타나길 바랐다. 촬영은 실제 고물상에서 진행됐다. 물건을 새로 배치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만기 가족에게 따뜻한 느낌이 부여된 것 같아 만족한다."


-가장 놀라웠던 공간은 고구려 고분 내부다. 황해도 안악군에 있는 안악 3호분을 참고했다던데.

"널리 알려진 문화재지만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았다. 고구려 고분벽화 전시를 했던 박물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겨우 구했다. 흔히들 아는 수렵도, 무용도, 사신도 등의 사진도 참조했다. 박정배 감독은 그림으로 벽을 가득 메워 웅장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고구려 후기 고분벽화에서 필요한 부분을 따서 재구성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렸다. 많은 현직 작가들이 세트에서 협업하며 오래된 느낌까지 표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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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벽화를 천장에도 배치했더라. 강동구가 랜턴으로 내부를 비추는 풀샷에서 딱 한 번 나온다.

"모임천장으로 만들었다. 제작 여건상 모든 고분벽화를 그림으로 구성할 수 없었다. 적절한 색깔 톤의 종이를 출력해 천장에 붙이고, 현직 작가들에게 오래된 느낌을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서울 선릉도 세트를 지어 조성했다. 사용된 흙만 500t이 넘었다던데.

"제작부에서 실제 선릉과 비슷한 환경을 부산 기장에서 찾았다. 선릉은 꾸준히 관리되는 유적지다. 그런 공간을 세트로 재현하려면 바닥부터 새로 다져야 한다. 공사에 약 두 달이 걸렸다. 여름에 만들었는데, 태풍이 다섯 번이나 지나가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파놓은 구덩이에 비가 차서 수차례 물을 퍼내야 했다. 혹여 지반이 무너질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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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촬영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좁은 공간에서 카메라는 물론 배우들의 동선까지 확보해야 한다.

"배우, 스태프 모두에게 힘든 작업이었다. 비좁은 땅굴 안에서 다양한 카메라 앵글이 요구됐다. 군데군데 문처럼 열었다 닫을 수 있는 곳을 만들었지만, 그걸 다시 닫을 때 생기는 틈을 매번 흙으로 메워야 했다. 미술팀원들이 흙투성이로 좁은 땅굴을 매번 들락날락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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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만큼 얻은 것도 많을 것 같다.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에 물을 한꺼번에 흘려 보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하면 구덩이가 진짜처럼 보일까 많이 고민했다. 복잡한 과정을 밟으면서 노하우를 얻은 듯하다. 미술팀 친구들이 함께해서 가능한 작업이었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 고생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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