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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정상가족' 틀 바꿀까 [김가연의 시선 비틀기]

최종수정 2020.11.19 13:59 기사입력 2020.11.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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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 정자 기증받아 비혼 출산…가족 개념에 대한 화두 던져
시민들 "다양한 가족 형태 구성할 권리 존중 필요"
전문가 "서구화되고 있는 젊은 층의 사고에 발맞춰야"

최근 출산 소식을 전한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출산 소식을 전한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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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정자 기증을 통한 '자발적 비혼모' 등 출산 소식을 공개한 가운데, '정상 가족' 개념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유리 씨 처럼 자발적 비혼모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이미 '딩크족', 한부모가정, 입양가정 등 가족 구성원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 가족이란 부·모·자녀로 이뤄진 핵가족 형태의 가족을 가리켜, 이를 '이상적인 가족 형태'로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사유리 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일본에서 아들을 출산했다고 전했다. 사유리 씨는 이날 KBS1 '뉴스 9'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이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며 "거짓말하는 엄마가 아닌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정상 가족'을 요구하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상가족' 기준에서는 사유리 씨 사례와 같은 자발적 비혼모나 한부모 가정, 조부모와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가족, 무자녀 가족, 입양가족, 동거가족 등은 모두 제대로 된 가정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자를 기증 받아 비혼모가 되고 그 사실을 공개, 응원을 받는 사회가 된 만큼 가족이란 개념 자체를 달리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민들은 "가족의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한부모 가정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서도 "그런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최 모(21) 씨는 "국내에서는 비혼 출산 등 정상 가족 이념에서 벗어나는 경우에 대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굉장히 부족한 것 같다"면서 "꾸준히 변화하는 인식에 맞춰서 제도를 정비하고, 가족에 대한 구시대적 개념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동거 또는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손가락질하지 않나. 자신의 잣대에 맞춰 남을 비하하는 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면서 "소위 이상적인 가족이라고 불리는 가족의 경우에도, 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는 등 불행할 수 있다. 비난하는 사람들의 논리대로면 그런 부모들도 이기적인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강 모(28) 씨는 "언제까지고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 않나"라며 "'어쩔 수 없이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건 자신이 비혼모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걸 드러낼 뿐이다. 이런 말이 오히려 편견을 더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방송인 사유리가 16일 KBS1 '뉴스9'와 인터뷰에서 공개한 사진/사진=KBS1 '뉴스9' 방송화면 캡처

방송인 사유리가 16일 KBS1 '뉴스9'와 인터뷰에서 공개한 사진/사진=KBS1 '뉴스9'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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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의견과 같이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다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69.7%는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는 48.3%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8%P 상승한 수치다. 다양한 가족 중 개인에 대한 수용도는 '한부모 가족의 자녀'(81.2%), '입양된 자녀'(80.4%), '다문화 가족의 자녀'(79.7%) 등으로 조사됐다.


또 결혼 없이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국민도 10명 중 3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3만8000명을 상대로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30.7%는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응답은 2012년 22.4%, 2014년 22.5%, 2016년 24.2%, 지난해 30.3%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비혼 임신의 합법화 등 가족에 대한 구시대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17일 논평을 내고 "여성이 임신을 위해 정자를 기증받으려면 법적 남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한국의 생명윤리법은 문제가 있다"며 "결혼 관계 내에서의 출산만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보는 잘못된 인식이 담겨 있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관점의 법"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공공정자은행 이사장인 박남철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유리 씨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에도 올 것이 왔다고 본다"며 "OECD 국가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혼 여성에서 비배우자 인공수정으로 출산이 가능하다. 급격히 서구화되고 있는 젊은 층의 사고에 부응하고, 또 경제적·사회적으로 성공한 비혼 여성들이 스스로 선택한 데에 법적·의학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아이의 생명과 인생을 엄마 마음대로 해도 되는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등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여러 부작용을 굉장히 침소봉대해서 보고 있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30여 년 간) 부작용은 크게 없었다. 선진국에서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허용하는 이유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선택은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지 국가나 사회가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통해서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임신과 출산의 조건이 잘 갖춰진 사람들이다.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는지' 등을 윤리위원회에서 판단해 6개월 정도의 숙려기간을 가진다"며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통해서 태어난 아이들이 정상적인 부부에서 태어난 애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가정의 양육조건이 좋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회적 적응도가 높고 더 잘 자란다는 보고도 최근에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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