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최근 몇 년 간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소유 경제에서 공유 경제, 구독 경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카카오가 가전ㆍ가구업체들과 손잡고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구독경제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카카오는 18일 구독 서비스(콘텐츠·상품), 디지털 신분증 지갑 등의 신규 비즈니스를 공개했다.
카카오 '구독경제' 시동
카카오는 연례 개발자 행사 '이프 카카오(if kakao)2020' 첫날인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독경제 시대에 맞춰 카카오톡 상품구독 서비스를 내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구독경제는 이용자가 월이나 연 단위로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콘텐츠 구독 모델이 성공하면서 자동차, 가전 등 다른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와중에 카카오도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여 공동대표는 "구독경제의 창시자로 불리는 '주오라'의 티엔추오는 '디지털로 연결돼 있으면 모두 서비스화 해 구독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이제 카카오톡 안에서 온라인 쇼핑하듯 아주 쉽게 상품을 고르고, 인증받아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19일부터 카톡에서 렌탈,정기배송 등의 방법으로 상품을 구독할 수 있다. 카카오는 위니아에이드 '딤채' 김치냉장고 렌탈을 시작으로 연내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위닉스 공기청정기, 한샘 매트리스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용자는 카톡에서 회원가입부터 신용조회, 전자서명ㆍ계약, 결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카카오는 향후 가전, 가구 뿐 아니라 식품, 화장품 등을 정기 배송하거나 청소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여 공동대표는 "가전,가구,자동차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고 구독모델이 적용 가능한 서비스, 영역이 있다면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구독 서비스 기반에는 '카톡'이 있다. 카톡은 국내 월간 이용자가 4500만명에 달하는 국민메신저다. 카카오는 카톡을 기반으로 한 '간편한 시스템'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여 공동대표는 "제조사나 브랜드사를 보면 편리한 구독 플랫폼이 없었다"면서 "기간이나 감가상각, 중간수수료 등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가 갖춰져야 구독화가 가능한데 우린 그걸 만들었다. 제품을 한정하지 않고 서비스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도 (타사 구독서비스와)차별점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콘텐츠에도 '구독 모델'을 도입한다. 내년 상반기 중 신규 콘텐츠 구독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카카오가 편집하는 뉴스나 콘텐츠를 제공 받았다면 향후에는 뉴스,음악,게시글,동영상 등을 직접 구독하면서 상호작용하는 형식으로 바뀐다. 이용자는 구독 채널을 선택해 '나만의 화면'을 만들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에도 구독경제 모델을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수용 공동대표는 "콘텐츠를 발행하고 구독하는 관계에서 후원을 받거나 월 정액을 받고 싶어하는 발행자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콘텐츠 안에서 유료 구독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40조 규모로 성장
네이버는 이미 구독경제 모델을 도입한 상태다. 지난 6월 '네이버플러스멤버십'를 출시하면서다. 네이버 이용자는 월 4900원을 내면 네이버쇼핑ㆍ예약 등에서 구매금액에 따라 최대 5%까지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네이버웹툰 쿠키(화폐) 20개ㆍ음원 플랫폼 '바이브' 음원 300회 등의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가 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전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5년 4200억달러에서 2020년 53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렌털 등을 포함한 국내 시장은 2018년 31조9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40조1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조사됐다.
구독경제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주기적으로 수입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입장에서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확보와 함께 구독 서비스로 플랫폼 이용자를 묶어두는 '락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에 맞는 서비스라는 점도 양대포털이 구독 경제에 주력하는 이유다.
"카톡이 지갑 된다"…신분증·자격증·증명서 보관
카카오는 연내 신분증, 자격증, 증명서를 카톡에서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갑' 서비스를 출시한다. 앞으로 이용자들은 분실이나 훼손 우려 없이 본인 증명이 가능하다.
카톡 지갑에는 전자출입명부인 QR체크인,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순차적으로 담긴다. 이와관련 카카오는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획득했다. 연세대 모바일 학생증, 산업인력공단의 국가기술자격증도 추가된다. 조 공동대표는 "일상에서 본인을 증명하는 것이 불편한 부분에 주목해 '디지털 신분증'이라는 개념을 생각했다"면서 "나중에는 카톡이 실물 지갑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아티스트와 이용자를 직접 연결하는 '트랙제로' 서비스도 선보인다. '트랙제로'는 창작자의 0번째 트랙, 비하인드 트랙이라는 의미로 아티스트가 미발매곡을 자유롭게 올려 팬들에게 선보이는 공간이다. 조 공동대표는 "카톡을 통해 이용자들이 더 다양하고 소중한 관계를 맺고, 파트너들은 카톡을 통해 비즈니스를 더욱 확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카카오는 앞으로도 카카오다운 방식으로 모두의 더 나은 삶과 내일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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