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넘어, 레드·블랙 "분노, 좌절감 느껴"
사회저소득층, 노인빈곤층 등 더 취약
전문가 "자신만의 해소법 찾아가야"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입사 2개월 차 직장인 김모(25)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입사하자마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김 씨는 "입사 직후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팀원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 해보고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며 "한창 친해지고 배워야 할 시기에 집에서 일하게 되니 너무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를 가족들한테 짜증이나 화를 내며 풀어 더 문제다"라고 하소연했다.
#2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최모(26) 씨는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채용 시장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요즘 기업들도 경력직만 뽑고 신입공고는 내지도 않는다. 나 같은 사람은 어디 갈 데가 없는 것"이라며 "현실을 생각하면 작은 회사라도 들어가야 하지만 욕심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냥 미래가 암울하다는 생각뿐이다"라고 호소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로 일컫는 우울감과 짜증 등을 호소하는 이들 많아졌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인적교류가 적어져 외로움을 느끼는가 하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등 증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는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4명 중 3명은 코로나 레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10일 성인남녀 2,8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9%가 '코로나 레드'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여성(80.9%)이 남성(67.9%)보다 13%포인트가량 높았다.
특히 이같은 감정을 느끼는 원인으로는 20대의 경우 '에너지를 풀어낼 곳이 없어서'가 50.7%로 가장 많았고, 30대부터는 '폐업, 실직 등 코로나19로 인한 손해 지속'이 1위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사소한 일에도 잦아진 짜증 △불면증 △습관적인 불만 토로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화 △목, 가슴 등 답답함 △식욕 증가 △각종 혐오 감정 극대화 등이 있었다.
코로나 레드 등을 경험한 순간도 다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52.6%) △코로나 이전 일상적으로 즐기던 시설 방문에 제약을 받을 때(47.2%) △코로나19 관련 재난 알림이 지나치게 자주 울릴 때(46.2%) △매년 즐기던 축제, 야외활동 등을 못 하게 됐을 때(46.2%) 등이 꼽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울감을 넘어 심지어는 좌절, 절망, 암담함 등을 느끼는 증상인 코로나 블랙을 겪는 이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처럼 개인의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더욱 극단적이고 왜곡된 인식 변화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많은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외계층, 사회저소득층, 노인빈곤층 등은 코로나 블랙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이 저소득, 저학력, 청년, 여성, 임시·일용직, 자영업자, 고용보험 미가입자 등 취약 계층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졸 이하 저학력자가 비필수, 비재택, 고대면 일자리에 종사할 가능성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에 비해 7~24%포인트 높다.
전문가는 코로나 우울감, 좌절감 등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해소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물리적인 통제를 받게 되면서 사람들의 우울감, 스트레스가 심각해지고 있다. 또 앞으로 감염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로움, 실망감, 절망감이 더 축적될 것"이라며 "반면 개인 시간도 많아진 만큼 자신만의 취미나 운동 등 자기계발 시간을 통해 이러한 감정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또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등 자신만의 해소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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