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하야' 부산 집회…"우리가 가만 있는데 일본이 불 지른 것 아니다"
총선 무효소송 대리인으로도 참여
단독[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국민의힘 측이 추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인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해 '문재인 하야' 집회에 참석해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친일파가 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첨예했던 일본과의 갈등이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면서 한 얘기다. 그는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이란 글을 써서 논란을 빚고 있다.
11일 유튜브 영상을 보면, 석 변호사는 지난해 8월3일 열렸던 '문재인 하야 1천만명 서명 부산대회'에 참가해 연단에 올랐다. 그 자리에는 전광훈 목사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도 함께 했다.
석 변호사는 "요즘 일본의 수출 규제, 이것이 경제 문제이지만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나라와 국민에게 반역하는 행위만 아니라면 저는 친일파가 되겠다. 우리 국가에 해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일본과 잘 지내야 한다는 의미에서 친일파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석 변호사는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한다고 했을 때, 바로 외교 협상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뿔다구(화)가 나도 대통령과 정부는 조용하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청와대 주사파(주체사상파) 비서들이, 조국(전 법무부장관)이를 필두로 해서 판을 더 악화시키고 키워 이 지경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가만 있는데 일본이 불 지른 것이 아니다"면서 "솔직히 정부가 일본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 이 자리에서 징용 판결 강의할 수는 없는데, 이런 문제를 안고도 죽창을 들고 싸우자? 배 12척? 12척밖에 안 남도록 국가 안보를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을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미래 경제비전 전략 보고회에서 "전남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고 언급한 것을 이른 것이다. 전광훈 목사는 문 대통령이 일본과 전쟁을 하려 한다며 "전쟁까지 몰고 간 뒤에 우리 힘으로 못 이기니, 북한 김정은하고 합치자, 이렇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석 변호사는 4·15총선 선거무효소송 소송대리인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 6월 유튜브 방송 '신의한수'에 출연해 "정권을 끌어내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일이 분명하지만 소리만 지른다고 될 일은 아니다"면서 "투표함 바꿔치기나 무단 투입 등 옛날 방식이 아니라, 굉장히 정교한 디지털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석 변호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 기관으로 봅니다"라고 써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공수처 반대자를 후보자로 추천한 것은 일이 안 되게 하려는 의도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으며,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사람을 추천한 심리가 해괴하다"고 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제도를 부인하는 사람이 제도 운영을 맡을 수는 없다"면서 "더군다나 석 변호사는 지난 총선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하려 했다가 경선에서 탈락한 정치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스스로 물러나시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이 추천한 전종민 변호사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 친 민주당 성향"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변호사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추천 후보 중 한 명인 손기호 변호사는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검증 대상 후보는 10명으로 줄었고,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3일 2명의 최종 후보를 정할 계획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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