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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시멘트 한 포대가 커피 한 잔 값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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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값 4180원, 스타벅스 한 잔 4100원과 비슷
한라·한일현대 등 t당 6000~7000원 인상 요구

40㎏ 시멘트 한 포대가 커피 한 잔 값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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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시멘트 한 포대(40㎏) 가격이 커피숍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다."


시멘트 가격인상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털어놓은 시멘트 업계 관계자의 한탄이다. 사실일까. 9일 아시아경제가 7개 시멘트 업체에 확인한 결과, 유통단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긴 하지만 초기 유통 단계에서 시멘트 한 포대(부가세 포함)의 평균가격은 40㎏ 한 포대 당 4180원이었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4100원, 톨 사이즈 기준) 한 잔을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지난 9월15일 한라시멘트는 t당 7000원(포틀랜드 시멘트 기준)을, 지난달 25일에는 한일현대시멘트가 t당 6000원을 인상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거래 관계가 있는 레미콘업체들에 각각 발송했다. 건설경기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에 따른 인건비 부담, 화물차 운임 인상과 탄소배출권 구매부담, 지역자원시설세 부담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시멘트 업계가 밝힌 가격 인상의 이유다.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지난 여름 기록적인 장마, 태풍도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올 상반기에만 국내 시멘트 수요량은 2250만t으로 지난해 상반기(2762만t)보다 18.5% 감소했다. 시멘트협회는 올해 시멘트 내수는 4550만t으로 외환위기 직후(1998년 4570만t) 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이미 타격을 받았다. 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삼표시멘트 등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최소 8%에서 최대 17%까지 하락했다.

"적정값 이하, 이젠 한계" vs. "업황 안좋고 비수기 시작, 내년 2분기 이후"

국내 시멘트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사실이다. 시멘트협회가 7개 시멘트사의 감사보고서(2019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멘트 평균단가는 t당 6만1550원(출고가 기준)이다. 2014년 6만8100원에서 5년새 9.6% 하락했다. 업계는 국내 적정가격이 t당 7만5000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코트라가 미국ㆍ일본ㆍ중국ㆍ독일 등 주요 11개국의 t당 평균 시멘트 가격(2019년 기준)을 조사한 결과, 이들 국가의 시멘트 평균가격은 국내보다 5만원 가량 더 비싼 11만20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가 7만350원, 브라질 11만6600원, 멕시코 14만4000원, 나이지리아는 17만3700원 등이다.


가격이 싸 수출전선에서 국내 시멘트가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중국ㆍ방글라데시 등 경쟁국들도 수출물량은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맞서고, 남미나 아프리카 등 먼 나라는 운송비가 비싸 이윤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시멘트산업의 특성상 공장 가동을 멈추면 손해이기 때문에 이익보다 재고 소진을 위한 방편으로 수출을 모색하는 것이다.


가격인상 요청을 받은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너무 안좋은 데다 추위도 빨리와서 곧바로 비수기에 접어들었는데 이 시기에 가격을 올려달라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년 2분기 이후 건설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그때는 상황이 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여지를 남겼다.


서로의 사정을 뻔히 아는 만큼 경기가 풀리면 그 때 다시 논의하자는 의도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멘트업계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내수 감소 등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적정가격 이하의 시멘트 가격으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라면서 "지난 2014년 6월1일 이후 6년5개월 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만큼 이제는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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