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거의 진 게임을 막판까지 끌고 간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 코로나19에 걸렸지만 몇 일만에 퇴원해 경합지역을 집중유세하며 뒷심을 발휘한 그의 권력의지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죽기살기다. 2000년 대선처럼 앨 고어의 재현은 절대불가다. 샤이(shy) 트럼프는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고 히든(hidden) 바이든도 더 이상 숨어만 있지 않다. 우편투표 개표와 대선투표 승복까지 기다려야 하는 미국 내 혼란을 지켜보는 국제사회도 난감하다. 이제 우리에겐 노쇠한 미국이나 이기적인 미국 둘 중 하나만 남았다. 누구냐에 따라 미국의 세계 리더십 스타일이 달라지겠지만 누가 되든 우리의 대응전략은 별반 차이 없다.
바이든이 되면 미국에게 세계 리더십으로서의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 바이든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회복하고, 동맹을 복원하며 다자주의·동맹 중시 외교적 접근을 할 것이다. 대중국 정책은 내용상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치열하겠지만 외형상 완화될 것이다. 경제, 기술, 가치, 안보, 군사영역에서 강하게 몰아치겠지만 글로벌 협력 사안은 절충할 것이다. 중국 타깃 맞춤형 인도태평양전략은 원래 오바마 시절 ‘아태 재균형’, ‘아시아로의 회귀’에서 나온 만큼 이름을 바꿀 수는 있어도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하면 미국 외교의 우아함은 완전히 사라진다. 더욱 노골적이고 시끄러운 외교를 아침뉴스마다 보게 될 것이다. 트럼프 미국의 이기적·고립적 성향으로 국위는 더욱 하락한다. 올해 5월 백악관에서 발간된 《대중국 전략적 접근 보고서》의 내용처럼 미 국익의 경제, 가치관, 안보 위협으로서 중국을 더 몰아세울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겐 힘든 싸움이지만 길게 보면 맵집을 키우고 영향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다. 트럼프의 새 4년 동안 국제사회가 미국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접게 된다면 중국에겐 큰 플러스다.
미북관계는 바이든이 되면 일단 상향식 시스템일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요직을 인선해야 하고, 한동안 내치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잘하는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북한이 관심권에 들어올 수 있다. 만약 북한이 항상 해왔던 관심끌기로 신정부 출범에 즈음 대미 군사적 도발을 시도한다면, 의외의 수혜자는 중국이 될 것이다. 대북 영향력을 레버리지로 중국은 대미 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한편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김정은에겐 좋은 소식이다.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에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했지만 자극을 최소화하려 한밤중에 선보였고, 수차례 친서 발송으로 트럼프 당선 대비용 ‘보험’도 들었다. 진정성은 의심되어도 적어도 트럼프 재임 동안 정상회담 등 이 이뤄졌던 만큼 북미·남북관계에 여전히 기회가 있다.
트럼프 2기 한미관계는 1기와 유사하겠지만 바이든의 한미관계는 그가 당시 미 부통령이던 2013년 12월 방한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이 좋은 베팅이었던 적이 없었다”, “미국은 한국에 계속 베팅을 할 것이다”며 한국의 미중 사이 모호한 스탠스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었다. 트럼프의 ‘머니 퍼스트’(money first)는 한미동맹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했지만 바이든의 당선은 한미동맹을 외형상 복원시키는 동시 우리의 동맹 ‘의무’ 이행 부담을 높일 것이다. “한일간 원만한 관계 진전을 이뤄달라”고도 주문했었는데 한미일 군사통합을 은연중 압박할 것이다.
누가 되든 당장 우리 외교의 긴 안목과 흔들림 없는 자세가 요구된다. 국제질서 흐름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시해야 한다. 미중관계는 신냉전처럼 보여도 협력과 경쟁이 혼재된 여느 강대국 경쟁일 수 있다. 미중관계의 협력 측면에도 주목해야 한다. 섣부른 판단으로 한쪽에 ‘줄을 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미국의 여타 동맹들의 반응을 살피며 한 템포 느리게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미중 사이 최악을 피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 지난 4년 미중관계는 미중 수교 이래 가장 격렬했고, 이 가운데 문재인정부가 있었다. 문 정부는 남은 1년여 절대절명 외교안보 과도기를 실수없이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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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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