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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재택근무 확산, 사회적 돌봄 지원 없으면 일생활 균형 다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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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서울시 공동기획 [워라밸2.0 시대로]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말하는 '워라밸'

2014년 지원센터 설립
삶의 질 향상 성평등 실현
서울시 올 7월 조례 제정

퇴근 뒤 가족과 함께 좋지만
자기만의 시간도 가져야
진정한 일·생활 균형 이뤄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22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22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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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산업화·고령화는 한국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가족 형태가 다양해졌으며 스타트업·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이러한 변화가 진행되면서 '9 to 6' 방식의 노동과 남성 생계부양자 중심의 모델은 수명을 다하고 있다. 일과 '정상가정'이 양립할 수 있게 돕는 정책도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 이 개념은 이제 다양한 세대·가족 형태와 새로운 노동 형태를 고려한 '일·생활 균형'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가족친화 직장문화 조성 사업을 펼쳤다. 2014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일생활균형지원센터를 만들어 맞춤형 직장문화 조성 컨설팅과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 '서울특별시 일·생활 균형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서울의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의 여성과 가족 정책 전반을 이끌고 있는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일·생활 균형이 종래의 '일·가정 균형'과 개념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일·가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개인 생활까지도 보장하는 패러다임을 말한다. 일ㆍ가정 양립은 개인 모두 정상적 가족 생활을 한다는 전제를 깐다. 이 개념은 여성의 사회 생활 유지를 돕지만, 여성이 가정으로 돌아와 다시 일을 한다는 문제를 외면한다. 반면 일·생활 균형은 개인권을 강조한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도 개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폭넓은 개념이다. 비혼자나 아이가 없는 가정 등 다양한 방식의 삶을 모두 아우르는 접근인 셈이다.


-일·생활 균형 정책이 지향하는 목표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일과 생활이 균형을 잡지 못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육아를 전제로 이야기하자면, 과거 보육 정책은 '누군가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마련됐다.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면 아이가 보육의 대상을 넘어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여성은 경력 단절을 결정해야 했다. 한국 여성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고를 유지하는 사회에서 결혼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는 순간 경력 단절의 가능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하게 일하는 시간, 가족을 돌볼 시간, 자기 시간을 갖도록 보장하는 사회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생활 균형을 양립시키지 못하면 인구 절벽 사회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기업별로 컨설팅·정책 소개
노무관리 전문가 직접 파견
가장 중요한 건 경영진 의지

비정규직 노동자도
아이돌봄 받을 수 있게 고민
1인 가구 돌봄도 확대

-민간기업 입장에서 일·생활 균형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서울시의 노력은 무엇인가.

▲일생활균형지원센터를 운영해 기업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관할 기업 98%는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대부분 휴직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래서 기업별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에서도 일·생활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기업들이 잘 모르고 있는 정부 지원 정책도 많다. 고용노동부의 대체인력지원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일생활균형지원센터의 노무 관리 전문가가 직접 파견돼 해당 기업에 적합한 일생활균형제도를 제안하는 식이다. 아울러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우리동네키움센터를 통해 초등 돌봄 공백까지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22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22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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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인식부터 바꿔야 할 텐데. 방법이 있을까.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가 아직도 만연하다. 그런 인식이 가능했던 건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 명만 '제대로' 벌면 그 가정은 중산층 진입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두 명이 벌어야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권한을 가진 윗사람부터 문화를 바꿔야 한다. 미국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아이를 낳았을 때 두 번, 두 달 이상 육아휴직을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기업 총수가 두 달씩이나 자리를 비운다는 게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경영자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일·생활 균형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서울시 내부에서도 재택근무를 많이 했는데 일과 가사가 분리되지 않아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가족 돌봄과 동시에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였다. 비대면(언택트)·재택근무 등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갑작스레 다가오면서 정책 마련에 고민도 깊어졌다. 재택근무는 역설적으로 사회적 돌봄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일·생활 균형 사회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 같다. 한편 플랫폼 노동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 마련이 부족하다. 지금의 육아 돌봄 인프라는 전형적 노동자에게 적합하다. 집에서 일하거나 야간근무·시프트근무 등의 노동자에게는 맞지 않는 일정이다. 모두가 같은 시간에 퇴근해 돌봄시설에서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1인가구 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 혼자 사는 가구 비율은 33%에 달한다. 중장년층 중 혼자 살겠다는 가구도 많은데 관련 정책은 비어 있었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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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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