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아나필락시스 쇼크 배제 어려워
아나필락시스 쇼크,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
질병청 "독감백신 접종 계속 진행할 방침"
"백신 자체 문제로 인한 사망 아냐…기저질환 의심"
2009년 이후 백신접종 사망 25건 중 이상반응 인정 1건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뒤 사망한 사람이 현재까지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오후까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9명으로 보고됐으나, 이후 경북 안동에서 10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이 독감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나와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가운데 질병관리청은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백신 접종을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백신 자체 문제에 의한 사망 아냐…예방접종 계속 진행"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오후 독감 백신 관련 긴급 브리핑을 통해 "사망 사례에 대한 역학조사와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이 진행 중"이라면서 "또 같은 날짜에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 백신의 제조번호로 접종받은 접종자에 대해 이상반응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은 일부 사례의 경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전체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며 접종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도 공고히했다.
정은경 청장은 "21일 오전까지 보고된 총 6건의 사망 사례에 대해 논의했으나 특정 백신에서 중증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사망 사례 중 2건은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나머지 신고 사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부검 결과와 의무기록 조사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일종의 단백질 과민 반응으로, 특정 식품과 약물 등의 원인 물질에 노출된 이후 수분~수 시간 이내에 전신에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단시간 내에 급성으로 나타나 즉각 처치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지난 16일 인천에서 17세 고등학생이 숨진 사례가 보고된 이후 △전북 77세 여성 △대전 82세 남성 △대구 78세 남성 △제주 88세 남성 △서울 53세 여성 △경기 89세 남성 △안동 70대 여성이 사망했다. 이외 유가족의 요청으로 지역과 나이 등이 공개되지 않은 2건까지 총 10건이다.
다만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독감백신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백신 자체의 문제로 사망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동일한 백신을 접종받은 많은 분이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1차 조사를 한 사망자) 6명 중 2명을 제외하고는 급성기 과민반응과도 관련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망자 6명은 모두 과거 독감백신 접종 이력이 있었고, 이 가운데 5명은 기저질환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조사반 반장인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은 "기저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부검 등을 통해 조금 더 확실히 규명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6명 중 5명은 모두 고령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독감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총 431건…현재까지 1천297만명 독감백신 접종
전날 기준으로 사망 사례를 포함해 독감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는 올해 총 431건으로 집계됐다. 백신 접종 이상 반응은 지난 2017년 108건이 신고됐고, 2018년에는 132건, 지난해에는 177건이 보고되는 등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특히 독감 백신 접종 사망 사건이 논란이 되자 이상반응 신고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상반응 사례를 보면 유형별로 알레르기가 1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소반응 111건, 발열 93건 등의 순이었다. 기타 이상반응은 104건이다. 이상반응 사례 중 유료 접종자가 154명, 무료 접종자가 277명이다.
또 이 가운데 '상온노출'이나 '백색입자' 논란으로 수거 또는 회수 대상인 백신을 접종받고 이상반응을 신고한 사례는 84건으로, 대부분 국소반응·발열·알레르기 등 경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기준 전국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약 1천297만명이다. 이 가운데 무료접종자는 836만 명, 유료접종자는 461만 명이다.
한편, 질병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독감백신을 접종받고 사망한 사례는 25건이다. 이 가운데 독감 백신 예방접종으로 인한 이상 반응 관련 합병증으로 피해 보상이 인정된 사망 사례는 2009년 접종 후 '밀러-피셔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2월 사망한 65세 여성 1명뿐이다. 밀러-피셔 증후군은 희귀 말초신경병증으로, 근육 마비나 운동능력 상실 등이 나타난다.
'백신 포비아' 호소하는 시민들…의료계 "접종 후 20~30분 병원에서 경과 지켜보라"
방역당국은 올해 독감 국가예방접종사업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지만 독감 백신 접종 사망 사례가 늘어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독감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백신이 이제는 '포비아'(공포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백신 포비아' 등의 검색어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배치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백신 접종하신 분들 괜찮냐", "괜히 맞은 것 같다", "안 맞고 싶다. 사망자가 계속 나오니 겁난다"등의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독감 백신이 주는 이득이 더 크다며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백신 접종 후 20∼30분가량 병원에 머물면서 경과를 관찰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 뿐 아니라 모든 백신 접종시에는 자신의 건강 상태부터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이왕이면 컨디션이 좋을 때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만약 열이 나거나 이상이 있으면 접종을 미루는 게 좋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심한 달걀 알레르기가 있다면 의사와 상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독감 백신은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해 생산하는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김봉주 인턴기자 patriotb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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