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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뮤지컬 '광주' 민우혁 "1980년 광주 이야기 부담 크지만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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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대원 박한수 役…"광주 피해자들 '레 미제라블'보다 더 불쌍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박한수라는 인물이 실존했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배우 민우혁은 지난 6월 처음 전남도청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제작된 뮤지컬 '광주'에 출연하는 동료 배우들과 함께였다. '광주'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했다. 다음 달 8일까지 공연한다.

극 중 민우혁이 연기하는 인물 박한수는 편의대원이다. 편의대원은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 틈에 잠입해 첩보를 입수하고 유언비어도 퍼뜨리는 특수 군인이었다.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기 위해 폭력시위 조장 임무도 맡았다.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일어났다. 민우혁은 1983년생이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얘기를 들었지만 굉장히 어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작품을 마주했을 때 어려운 점이 많았다. 캐릭터 잡기가 그 어떤 작품보다 어려웠다."

민우혁 [사진= 뉴스컬처 김태윤 기자]

민우혁 [사진= 뉴스컬처 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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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수는 제대를 앞두고 진압작전에 투입된다. 목숨 걸고 저항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자기에게 떨어진 명령에 회의감이 든다. 그는 시민들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우혁은 "박한수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며 "그만큼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연습 과정에서 캐릭터가 수차례 변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캐릭터를 완전히 악마처럼 표현했다가 광주 시민들과 만나면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인간적으로 확 바뀌어 너무 쉽게 용서받으면 안 되는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고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관객들도 혼란스럽지 않고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한수가 변한 게 아니라 원래 진압하는 게 내키지 않았는데 억지로 하는 사람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캐릭터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묵직한 역사를 다루기에 극이 주는 무게감은 크다. 민우혁은 커튼콜 때 그 무게를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작품에서는 공연이 끝나면 '후련하다, 잘 했어' 이런 느낌이 드는데 '광주'를 끝낸 뒤에는 먹먹한 느낌이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마저 다른 느낌이다. 관객들도 같은 마음을 느끼는 것 같다."

민우혁 [사진= 뉴스컬처 김태윤 기자]

민우혁 [사진= 뉴스컬처 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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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연출은 배우들에게 감정을 곧이곧대로 드러내지 말라고 주문한다. 배우가 슬퍼하고 괴로워하면 관객들은 더 힘들어한다는 이유에서다. "배우가 슬픔을 표현해야 관객들이 슬픈 장면임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게 지시하신다.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을 못 하니까 가슴속은 더 뜨거워지더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


그렇다고 극이 마냥 무거운 것은 아니다. "억울하게 죽은 야학 학생 용수가 꿈에서 트로트 가수로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 등 굉장히 재미있는 장면도 많다. 현재 시국도 시국인 만큼 딛고 일어서는 배우들의 에너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도 현실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하고 있다."


민우혁은 '광주'의 대본을 보면서 '레미제라블'이 생각났다. 힘없는 민초들의 저항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에 공통점이 있다. "'레미제라블'의 뜻이 가여운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인데 광주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불쌍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어렸을 때 그냥 광주에 폭도들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편의대원이라는 존재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주민주화운동 때 만들어졌다는 것도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다. 이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편의대원의 존재에 대해 알고 당시 광주 사람들은 폭도가 아니고 폭도로 낙인찍힌 피해자라는 사실만 알게 돼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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