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의료계 반대로 제자리
21대서 여야 모두 힘실어주기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진료 병원에서 곧바로 이뤄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국회 통과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년째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답보상태였지만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잇따라 법안을 발의하고 있어서다.
12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8일 대표발의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발의된 것은 21대 국회 들어 세번째다. 앞서 지난 7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잇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보험계약자 등이 요청하면 진료비 계산서 등 증빙서류를 병원 등 의료기관이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업계에 전송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20대 국회 개정안과 달리 심평원이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 또는 보관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위탁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심평원이 정보를 집적하거나 향후 비급여 의료비용을 심사할 것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입장을 고려한 조치다.
21대 국회 들어 여야에서 모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발의되면서 여야 이견 없이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산화되지 않은 실손의료보험 청구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병원과 보험회사 모두에게 불편을 가져온다"며 "소비자를 비롯해 모두의 편익 증진을 위해 실손의료보험의 청구절차 간소화 근거 마련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손의료보험은 전국의 3분의2가 가입한 제 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보험금 청구절차가 번거로워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때문에 2009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에 이어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 논의가 지속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2018년 기준 연간 9000만건에 이르는 실손보험 청구의 76%가 팩스와 보험설계사 전달, 보험대리점 방문 등을 통해 이뤄졌다. 24%는 종이서류 발급 후 이메일이나 보험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출했다. 이 경우에도 보험사 직원이 서류를 보고 일일이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사실상 종이 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청구가 99%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만 의료계 반발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의료계의 경우 개인정보유출 등의 이유를 들어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 의료IT산업회협의회 등 핀테크업체에서도 보험청구 데이터 전송실패 시 책임소개의 문제 등을 거론하며 심평원이 중계기관이 되는 법제화를 반대하고 나선 상태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콧물날 때 먹는 거 아니었어?'…심각한 위협된다...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