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가족 김장비용 43만7770원
포장김치 구매 20% 이상 늘어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이승진 기자]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강선옥(61)씨는 김장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배추 1포기에 1만원이 넘어 예년처럼 김장을 담그기에는 부담이 커졌다. 강씨는 "맞벌이를 하는 아들과 딸 가족에게 매년 김치를 담가줬는데, 올해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김치를 담그거나, 그냥 사먹거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긴 장마와 태풍의 여파로 채소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올해는 김장을 담그는 것보다 사먹는 포기김치 가격이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지난해 4인 가족 김장 비용과 최근 물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배추 20포기 기준 김장비용은 43만777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만1899원) 대비 50.0% 넘게 올랐다.
늦여름까지 태풍이 이어지면서 생육 부진과 평년보다 적은 출하량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오른 품목은 배추다. 공사 측은 "지난해 고랭지 배추 가격 약세로 일부 지역에서 작목전환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한데다가 갖은 비에 따른 작황 피해를 입으면서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4만t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5일 기준 배추 1포기 가격은 1만1657원. 지난해 20포기 배추 가격은 12만5819원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양을 구매할때 2배 가까이 오른 23만3140원을 부담해야 한다. 배추에 이어 무(39.0%), 깐마늘(45.0%), 대파(40.0%), 쪽파(59.0%), 생강(48.0%), 고춧가루(17.0%) 등도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 부재료인 사과, 배, 굴 등까지 포함시키면 50만원을 넘어선다.
포장 김치는 올해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소폭 올렸지만, 직접 김장을 담그는 가격보다 저렴했다. 대상은 종가집 ‘시원깔끔포기김치(3.3㎏)’를 5.7% 인상한 2만9500원, CJ제일제당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는 3% 오른 2만9800원으로 각각 가격을 올렸다.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대상 종가집, CJ 비비고 포기김치 3.3kg 가격은 2만6800원이다. 3.3kg당 김치는 1.5포기가 들어있다. 20포기를 포장김치로 구입하면 35만7320원이다. 심지어 피코크에서 판매하고 있는 조선호텔 포기김치 1kg도 9980원에 판매되고 있어 김장보다 호텔김치가 더 저렴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기김치 매출은 늘고 있다. 식품업계 "김치를 구매하는 수요가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다"면서 "원재료 값이 올라 김치를 팔아도 손익이 안나오는 상황인데, 채소 출하량도 줄어 김치 수급조차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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