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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 투쟁 나선 공인중개사들…냉담한 여론 어떻게 돌파할까

최종수정 2020.10.04 12:28 기사입력 2020.10.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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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동의 10만5000명 넘어
거래절벽에 규제 늘어 중개사들 분노
중개사 없는 거래시스템…생존권 위협
여론은 냉담…높은 수수료부터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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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부가 공인중개사 없이도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이후 시작된 중개사들의 생존권 투쟁이 열흘 넘게 계속되고 있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중개사들의 일거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개수수료 조정 검토 방침과 부동산 거래시스템 개편 이야기가 연이어 나오자 중개사들의 분노가 폭팔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갈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정부의 사전 논의 없는 일방적인 정책이 또다시 화를 불렀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높은 중개수수료와 허위매물, 중개사고 등을 고려하면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청원 10만명 돌파…반발 고조

4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거래시스템 개편 방침에 대한 중개사들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에는 이날 기준으로 10만5600여명이 동의했다.


중개사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부가 중개사 없는 거래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은 중개사들을 고사시키려는 것"이라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친다.

중개사들이 이처럼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기재부가 지난달 1일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공인중개사가 필요 없는 부동산 거래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인 지능형(AI) 정부 구축 사업에 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세부 과제에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등 블록체인 활용 실증 사업이 포함됐다.


이에 협회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중개인 없는 거래를 운운하는 것은 탁상행정이고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중개사 생존권 위협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이어나가는 등 반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등이 정책 추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예산 배정을 신청한 만큼 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정부의 명확한 대답을 받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중개업소…경쟁 심화에 규제 강화

업계에서는 중개사들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데에는 그동안 쌓인 불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매년 중개사 숫자가 크게 늘어 안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최근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일거리가 줄고 업무 내용도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중개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은 약 45만명이고, 이 중 약 10만6000명이 개업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다. 현업에 종사하는 개업공인중개사의 숫자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 경쟁이 과열된 것은 물론 불필요한 개·폐업만 늘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이에 협회는 수년째 중개사 시험을 상대평가로 바꿔 합격자를 차츰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직업선택 자유의 원칙과 경쟁을 통한 중개보수 안정화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해 중개사들의 규제를 대폭 늘린 것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중개사들은 인터넷에 허위·과장 광고를 올리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게 됐고, 단독주택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주택을 광고할 때는 반드시 지번을 공개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서울 마포구 일대 부동산 중개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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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냉담…과도한 중개수수료부터 낮춰야

이 같은 중개사들의 반발에도 여론은 대체로 냉담하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중개사들의 생존권 투쟁에 동조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중개수수료다. 집값은 계속 올라가는데 이에 연동된 중개수수료율은 그대로다보니 부동산 거래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중개수수료가 한달 월급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거나 "서비스에 비해 중개사들이 받는 돈이 너무 많다"는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서울의 경우 매매 중개수수료율은 거래액 기준 ▲5000만원 미만 0.6%(최대 25만원) ▲5000만~2억원 0.5%(최대 80만원) ▲2억~6억원 0.4% ▲6억~9억원 0.5% ▲9억원 이상 최대 0.9%다.


10억원짜리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면 최고 요율을 적용할 경우 중개사가 매수인, 매도인 양쪽에서 받는 중개보수는 1800만원에 달한다. 협의를 통해 요율을 낮추더라도 매도·매수인 입장에선 수백만원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중개업소들이 거래 사고에 대비해 가입하는 공제 역시 최소 1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개사를 통해 거래를 해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기 힘든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나마도 공제에 가입된 1억원은 한 중개업소가 1년 동안 보상해줄 수 있는 배상금 총액이기 때문에 중개과실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전액을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월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중개수수료율) 개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10만명이 넘는 중개사들의 반발이 상당한 만큼 실제 제도 개편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고는 있지만 국내 중개산업과 해외의 상황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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