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 10년래 최대 이어
'일일 반대매매' 규모도 9년만 최대
10년간 일일 반대매매 200억 넘은 횟수 24회…이중 17회가 올해 발생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1.0%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주식 초보자인 직장인 A씨는 코스피가 2400선을 넘자 욕심을 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며 신용거래를 텄다. 그러나 2240선까지 갔던 지수가 순식간에 2270선까지 떨어지자 불안한 마음에 잠을 들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지인 중에는 반대매매 경고로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있는 경우도 있어 걱정된다"며 "지수가 오르면 비중을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일 반대매매 규모가 300억원을 넘어섰다. 9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증시가 폭락할 당시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늘어나면서 반대매매 리스크에 노출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주식 반대매매 규모는 302억7200만원으로 9년만에 최대치에 달했다. 2010년 3월2일부터 이달 9월23일까지 총 10년 6개월간의 일일 반대매매 규모를 집계한 결과, 하루 새 300억원어치가 넘는 규모의 반대매매가 이뤄진 것은 2011년 8월9일(311억3500만원) 이후 처음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이에 따른 반대매매 규모가 증가하곤 했다"면서 "이번에도 코스피가 2400을 넘어서면서 강세를 보이다가 연속 하락하면서 반대매매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결제대금을 추가로 납입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 회수하는 방식이다. 반대매매를 당할 경우 투자자들은 하루 아침에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월별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로는 10년 만에 최대 수준을 보였다.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일평균 주식 반대매매 금액은 175억6500만원으로 2009년 5월(143억원) 이후 최대치였다.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최근 주식 급락장에서 하루가 다르게 강제 청산당하는 규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매매 규모가 가장 큰 순서대로 집계하면, 지난 10년간 일일 반대매매가 200억원이 넘었던 적은 총 24회로, 이 중 17회가 모두 올해 발생했다. 신용융자 잔고가 17조원을 넘어서고 빚투가 역대 최대 수준까지 치달으면서 역으로 증시가 휘청일 때마다 강제 청산되는 규모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루 주식 반대매매 금액이 300억원을 넘은 것은 9년만에 처음 나타날 정도로 이례적이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늘었다. 지난 23일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1.0%로 10년래 역대 4번째를 기록했다. 2015년 3월27일(22.6%)과 2018년 10월25일(11.7%), 2014년 1월6일(11.3%) 등 증시가 급격한 충격을 줄 때마다 이 비중은 높아졌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빚투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지만, 투자자들은 증시 강세장에서 수익이라는 열매에 취해 이를 간과해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에서도 주식 신용대출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증권사보다 요건이 까다로워 반대매매에 더욱 취약하다"면서 "신용은 컨트롤 범위 내에서만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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