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아파트서 70대 여성 2명 피살…용의자는 화투 같이 친 이웃
딸 그림 분실에…승용차 몰고 편의점 돌진한 30대
전문가 "충동 성향 가진 이들, 좌절 경험이 위험한 행동 일으킬 수도"
평택의 한 편의점에 차량을 몰고 들어가 난동을 부려 체포된 한 여성이 지난 17일 오전 경기 평택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을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순간적인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거나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이른바 분노범죄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분노범죄는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행해지는 다른 범죄들과는 달리 자신의 분노를 견디다 못해 홧김에 타인을 위협하는 것이 특징이다. 갑자기 일어나는 범죄이다보니 언제 어디서 누가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전문가는 충동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이 분노범죄의 가해자가 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20일 오전 7시50분께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집주인인 A(76)씨와 지인 B(73)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같은 단지에 사는 60대 남성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이날 오전 9시께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 남성은 전날 자정쯤 흉기를 들고 자택을 나선 뒤 A씨 집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 남성은 사건 당일 저녁부터 A씨, B씨를 비롯한 이웃 주민들과 A씨 집에서 화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화투를 치는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 이 남성은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말다툼 등 사소한 갈등이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C(38·여)씨가 경기 평택 한 편의점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편의점 내부로 돌진했다. 당시 C씨는 골프채를 들고 편의점 점주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10여 분간 편의점 안을 앞뒤로 반복 운전하면서 난동을 부려 집기와 물품을 파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씨가 차에서 내리라는 요구를 따르지 않자 공포탄 1발을 쏜 뒤 차 문을 열고 들어가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점주와 3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러나 지난 5월 해당 편의점 본사에서 진행한 어린이 사생대회와 관련해 점주가 자신의 딸 그림을 고의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C씨가 오해해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C씨의 우발적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8년 4월 분노조절장애 치료를 위해 남편과 병원으로 가던 중 자신의 차량으로 병원 외벽을 들이받아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으며, 집행유예 기간 도중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C씨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인 '습관 및 충동장애'가 해마다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5년 5천390명 ▲2016년 5천920명 ▲2017년 5천986명으로 증가 추세다.
'습관 및 충동장애'는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자극을 조절하지 못해 자신과 남에게 해가 되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분노조절장애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분노 감정이 타인을 향한 우발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앞서 '한강토막살인'의 장대호(39),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살인 사건의 안인득(43), 강서 PC방 살인사건 김성수(31) 사건 등도 우발적인 살인 사건에 해당한다.
우발 범죄 위험성은 관련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경찰청의 '2018 범죄통계'에 따르면 살인 동기가 우발적이었다는 비율은 전체의 32.9%에 달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렇다 보니 분노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27·여)씨는 "요즘 사소한 다툼이 살인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낯선 사람들과 말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다"며 "요즘은 모르는 분이 나에게 길만 물어봐도 무서워서 흠짓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또 남성보다는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지 않나"면서 "혼자 어두운 골목길을 가야 할 때면 항상 길을 돌아서 대로 쪽으로 간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이 사회 안전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적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해 공개한 '2018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13세 이상 국민 중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20.5%고, 불안하다는 응답은 31.3%였다. 즉, 10명 중 3명이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셈이다.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충동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이 '분노범죄'의 가해자가 될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실이나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우울 등이 내면에 잠재화된 내재화 행동을 하거나 밖으로 분노를 표하는 외현화 행동을 한다"면서 "특히, 좌절하는 경험을 겪었을 때 충동적이고 사회 규범에 대해 반감을 품는 이들이 대개 위험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 평상시 누군가를 탓할 대상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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