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생물발광 이용해 암 치료
스스로 빛을 내는 단백질을 활용해 암세포 사멸시켜
암 치료 뿐만 아니라, 노인성 질환 치료에도 응용 가능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순수한 단백질만을 활용해 우리 몸의 암세포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단백질은 암 세포에 달라 붙으면 빛을 내는데, 이 빛으로 암 세포 내 활성산소가 높아지면서 사멸하게 된다. 연구진은 항암 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성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광주센터 책임연구원의 연구팀과 김영필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의 연구팀, 이경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스스로 빛을 내는 단백질로 암세포를 사멸시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벤시스에 지난 12일(현지시간) 실렸다.
생물발광 단백질 개발
연구팀은 암세포의 세포막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빛을 내는 단백질(생물 발광) 부위와 빛 자극으로부터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단백질 부위를 결합한 새로운 단백질을 개발했다. 암 세포에 결합한 단백질이 스스로 빛을 발생시키고, 이 빛은 암 세포의 활성산소 농도를 높여 암세포를 사멸하게 만든다.
연구팀은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을 통해, 이번에 개발한 단백질이 살아 있는 암 세포에 결합하는 과정, 단백질의 발광 현상과 이에 따른 암세포 내 활성산소 생성 유도과정, 활성산소에 의한 암세포의 사멸 과정 등을 실시간 관찰했다.
연구팀 측은 "이 현미경을 통해 치료 기작과 암세포의 변화를 정확히 관찰함으로써, 동물모델을 이용한 약물의 효과 검증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노인성 질환 치료에도 응용 가능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단백질을 활용하면 외부에서 빛 자극 없이 암 치료를 유도할 수 있으며, 암세포 사멸 후에는 단백질이 체내에서 분해되기에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도 적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화학적 항암제가 아닌 순수 단백질만으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김영필 한양대 교수는 "생체물질이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현상은 광량이 낮아 응용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그동안 여겨져 왔지만, 발상을 전환함으로써 보다 친화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 개발의 주요 기술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성수 책임연구원은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응용하면 살아있는 세포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라며 "이번과 같이 새로운 개념의 암 치료제 개발은 물론 퇴행성 뇌질환 등 여러 질환의 발병기작을 이해하고 치료방법을 개발하는데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