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전 용사 우대한다더니 뒤로는 "패배자"
펠로시, 트럼프 방역수칙 비난하더니 자신은 이용 금지 미용실 방문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견원지간'인 미국의 여야 지도자가 동시에 뼈아픈 추문에 휘말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전용사 비하 발언 보도로,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용실 스캔들로 인해 난처한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미국 정치인들의 이면을 보여주는 예로 향후 대선 정국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트럼프, 군 우대한다더니 비하 발언
3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묘지 참배를 취소하면서 미군 전사자들을 '패배자'로 불렀다고 보도했다.
2017년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에는 4성 장군 출신 존 켈리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이해를 못하겠다. 그들에게 좋은 게 뭐냐"라며 군복무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29세였던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켈리의 아들 로버트의 묘지 옆에서였다.
보도 이후 참전용사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격한 분노가 터져나왔다.
퇴역 육군소장 폴 이튼은 트위터에 2분짜리 영상을 찍어 올렸다. 그는 "정말 마음에 안 든다, 트럼프 대통령. 군에 셀 수 없는 무례를 범해왔다. 당신은 애국자가 아니다"며 "우리는 모두 진짜 애국자 조 바이든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애틀랜틱은 다른 잡지들처럼 죽어가고 있어서 관심을 얻으려고 가짜 뉴스를 지어낸 것"이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전날 밤 펜실베이니아주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도 취재진에 "스러진 영웅들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맹세할 수 있다"면서 "(나보다) 그들을 더 존중하는 사람은 없다. 끔찍하고 끔찍한 일"이라며 강력 부인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적' 펠로시, 미용실 스캔들에 이미지 급추락
이런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고 미용실을 방문한 것에 대한 역풍이 불고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펠로시 의장은 연초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원고를 갈기갈기 찢는 등 앙숙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펠로시 의장의 미용실 방문을 보건 수칙위반이라며 맹공을 벌이던 참이었다.
펠로시 의장이 '함정'이었다고 항변하자 해당 미용실 주인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일부 미용실 주인들은 펠로시 의장의 자택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쳤다.
펠로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이 허용되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단골 미용실을 '노 마스크' 상태로 방문해 머리 손질을 받았고, 지난 1일 미용실 방문 영상이 공개되면서 빈축을 샀다.
폭스 뉴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E살롱'을 운영하는 에리카 키어스는 펠로시 의장이 자신의 가게를 방문한 것이지 '함정'이 아니었다면서 "펠로시가 완전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용실 주인 키어스는 "함정을 만들기 위해 미용실 CCTV를 켠 것도 아니고, 5년 동안 감시 카메라는 미용실에 계속 설치돼있었다"면서 "펠로시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미용실로 들어왔고, 나는 그런 모습에 상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펠로시의 함정 발언 이후 "미용실을 불태우겠다는 증오의 문자 메시지와 살해 협박을 받았고, 고객의 60%를 잃었다"며 12년간 운영해온 미용실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키어스 미용실 돕기 계정을 만들었고, 이틀 동안 14만달러의 성금을 모았다.
샌프란시스코 퍼시픽하이츠 소재 펠로시 자택 앞에는 10여명의 미용실 주인들이 헤어롤과 미용 가운 등을 착용한 채 나무에 헤어드라이어를 걸며 펠로시의 행동은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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