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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 전세계 암호 기술 무력화할까? [임주형의 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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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정보값 중첩된 큐비트로 연산하는 양자 컴퓨터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높은 계산 성능 발휘
복잡한 암호화 기술도 무력화 가능
일각선 강대국 패권 무기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미 인터넷 기업 '구글' 양자 컴퓨터 연구팀. / 사진=구글

미 인터넷 기업 '구글' 양자 컴퓨터 연구팀. /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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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해 9월, 미국 인터넷 기업 구글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양자 우위'를 선언하면서 양자 컴퓨터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폭증했습니다. 양자 우위는 이론상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슈퍼 컴퓨터 성능을 양자 컴퓨터가 뛰어 넘는 순간을 이르는 말입니다. 즉 구글은 현재까지 개발됐고, 또 앞으로 개발될 모든 일반 컴퓨터보다 더 강력한 연산 장치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일부 과학자들은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양자 컴퓨터의 계산 성능이 너무 뛰어나서, 전 세계 암호화 기술이 일시에 무력화돼 경제·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가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강력할까요? 과연 양자 컴퓨터의 등장으로 보안 시스템은 위기를 맞이할까요?


양자 컴퓨터를 이해하려면 우선 일반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는 본체 안에 다양한 칩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카드 등입니다. 이 칩들은 '트랜지스터'라는 아주 작은 반도체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트랜지스터는 켜짐, 혹은 꺼짐에 따라 특정한 신호를 내보내는 일종의 스위치입니다. 트랜지스터에 전류를 흘려보내 스위치를 켜면 1, 차단해서 끄면 0입니다. 이 최소 신호 단위인 1과 0을 우리는 '비트'라고 합니다.

컴퓨터 칩은 수많은 트랜지스터들의 1과 0 신호를 조합해 다양한 논리 회로를 만듭니다. 이로써 간단한 계산 작업부터 최첨단 그래픽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가 탄생합니다. 따라서 일반 컴퓨터의 성능은 칩 안에 트랜지스터가 얼마나 많이 탑재됐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다양한 트랜지스터들.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다양한 트랜지스터들.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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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전자공학계는 그동안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여 칩의 집적도를 높이는 연구에 몰두해 왔습니다. 최첨단 컴퓨터 칩 한 개는 수십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합니다. 오늘날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약 7~14 나노미터 수준으로, 이미 원자 크기에 근접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트랜지스터가 원자 크기까지 축소됐을 때 생깁니다. 트랜지스터가 작아질수록 '양자 터널 효과'라는 게 발생합니다. 전자 같은 작은 입자가 장애물을 뚫고 지나가 버리는 현상인데, 이 때문에 원자 수준 이하로 작아진 트랜지스터는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이 같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 바로 양자 컴퓨터입니다. 양자 컴퓨터는 트랜지스터 스위치에 따라 1이나 0 신호를 선택해 보내는 비트와 달리, 1과 0이라는 정보 값을 '중첩'해서 가지고 있는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우리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일반 물리적 세계보다 훨씬 작은 미시 물리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큐비트의 특징 덕분에 양자 컴퓨터는 일반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계산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4개 비트로 이뤄진 컴퓨터는 비트를 조합해 16개의 결과값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려면 총 16번 계산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큐비트는 1과 0이 중첩된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결과값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계산 속도가 훨씬 단축되는 셈이지요.


이 때문에 양자 컴퓨터는 고성능 코어 수만개를 결합한 슈퍼 컴퓨터조차 뛰어넘는 연산 성능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9월20일 구글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 칩 '시커모어'가 양자 우위를 주장한 것처럼요.


당시 구글 연구팀이 영국 과학 저널 '네이처'지에 공개한 논문을 보면, 시커모어는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려 완료할 수 있는 계산을 단 200초 만에 마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접한 일부 과학자들은 양자 컴퓨터의 발달이 세계적인 보안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구글 53큐비트 양자 컴퓨터 칩 '시커모어' / 사진=구글

구글 53큐비트 양자 컴퓨터 칩 '시커모어' /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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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개발한 시커모어는 53개의 큐비트를 사용하는 양자 컴퓨터입니다. 단 53개의 큐비트로 구현한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모두 뛰어 넘었는데, 앞으로 양자 컴퓨터 도입이 본격화되고 추가 연구가 이뤄지면 연산 능력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기존 암호화 기술을 일시에 깰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하드웨어가 탄생하는 셈입니다. 은행 전산망이나 신용 카드 정보, 원자력 발전소 등 국가 보안 시설이 컴퓨터 하나에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미국에서는 중국 등 잠재적 경쟁국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해킹전'으로 주요 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 허드슨 연구소 양자 동맹 이니셔티브' 책임'인 아서 허먼 박사는 지난해 미 매체 '월 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은 양자 컴퓨터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모든 암호 코드를 무력화하는 '킬러 앱'을 개발하려 한다"며 "미국은 양자 공격으로부터 데이터,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 안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는 강대국들의 전략 무기로 쓰이게 될까요?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아직 양자 컴퓨터 실용화 까지는 먼 길이 남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입니다. 우선 현재 양자 컴퓨터 연구는 큐비트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황입니다.


큐비트는 '양자 결맞음'이라는 특수한 상태에서만 제 기능을 하는데, 이 상태를 유지하려면 복잡한 레이저 빔으로 원자 하나하나를 일일이 조준해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과학기술로는 큐비트 50개를 고정시키는 것조차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양자 컴퓨터가 현 상황에서는 아무 쓸모 없는 기계라는 데 있습니다. 컴퓨터는 그 자체 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드웨어에 명령을 내려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즉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기능을 하지요. 일반 컴퓨터는 소프트웨어가 고도로 발달한 덕분에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는 이제 막 발돋움을 시작한 분야입니다. 아직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조차 만들어지지 않았고,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유지할 개발자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설령 엄청난 연산 능력을 가진 양자 컴퓨터를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다 해도, 실제로 작동하려면 여전히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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