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기업들 재택근무 전환…메신저,SNS 등 폭언·성희롱 피해도
직장인 10명 중 4명 "온라인 직장갑질 경험"
전문가 "온라인 상에서 폭언, 괴롭힘 더 잘 일어날 수 있어"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대면 상황에서 이어지던 성희롱 등 직장내 괴롭힘이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 직장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직장인들은 피해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는 비대면 상황에서 폭력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폭증하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00명대까지 급증했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441명으로 확인됐다. 누적 확진자 수는 1만8706명으로 늘었다.
민간 기업에서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 시행을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를 담당한 직원 중 희망자에게 신청을 받아 내달 재택근무를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LG전자는 27일부터 전사적으로 30% 이상의 직원 대상 원격 근무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LG유플러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직장인들은 직장내 괴롭힘은 여전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이어지던 괴롭힘이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들은 화상회의나 온라인 채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말이나 행동 등 직접 방식으로 전달되던 폭언, 성희롱 등 가해행위가 그 방법만 달리하여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은 화상회의 상황에서 외모지적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2주 전부터 재택근무 중이라는 직장인 A(28) 씨는 "전화나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매일 같이 상사로부터 폭언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재택근무 전에는 사람을 불러다 세워놓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며 "재택근무하면서 조금 덜해질까 기대했었는데 얼굴을 안 본다고 해서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메시지나 전화로 쏟아부어서 그런지 폭언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며 "상사에게 연락이 올 때마다 심장이 너무 쿵쿵대고 숨도 잘 안 쉬어질 정도다. 경기가 안 좋으니 퇴사도 못 하고 너무 스트레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는 "최근 화상회의를 한 번 했는데 사수가 외모 지적을 하더라. 불쾌한 티를 냈더니 장난이었다고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너무 나빴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캡쳐해서 이상한 곳에 올릴까봐 걱정될 때도 있다. 빨리 이 상황이 끝나서 정상 출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온라인을 통한 직장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530명을 상대로 '재택근무 스트레스 및 온라인 갑질 경험'을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 경험자 가운데 41.8%가 "온라인 직장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그 예로 '업무시간 외 업무지시'(47.4%), '가족·자녀 사생활 개입'(15.8%), '화상회의 시 외모·복장·태도 지적'(12.2%), '화상회의 시 성희롱'(2.0%) 등을 꼽았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재택근무 도입에 따라 상사가 부하직원을 괴롭히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의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C(35) 씨는 화상 회의가 끝난 후 바로 창을 종료하지 않았다가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이 상사는 C 씨에게 "나랑 인터넷으로 회식하고 싶어서 남아 있지, 마실래?", "집은 방 하나에 부엌이 딸린 구조냐? 그 방에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 거 아니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카이죠니치도카사이 보험에서는 재택근무로 인한 위험에 포괄적으로 대비하는 보험 상품도 출시됐다. 재택근무 중 온라인으로 괴롭힘을 당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변호사 비용 및 손해배상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보상금을 제공한다.
피해가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테레하라', '리모하라' 등의 신조어도 나왔다. 각각 장비를 통한 원격근무를 의미하는 텔레워크(telework), 원격이라는 뜻의 영단어 리모트(remote)와 괴롭힘을 의미하는 해러스먼트(harassment)의 합성어다.
전문가는 대면보다 비대면 상황에서 가해 행위에 대한 죄책감·책임감이 더 낮기 때문에 폭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7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집단 내 괴롭힘이라는 것은 어떤 조직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재택근무가 늘다 보니 당연히 온라인상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온라인상에서는 폭언이라든가 괴롭힘이 더 잘 일어날 수 있는데, 피해자와 대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람을 앞에 두고 막말 등 폭력을 가하면 상대의 표정이 달라지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폭력 행동의 수위를 어느 정도 낮추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온라인상에서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에 대한 책임감도 줄어들게 되고 공격성, 폭력성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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