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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월마트 디지털 전환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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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월마트 디지털 전환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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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의 흥망성쇠는 기술-시장변화의 메가트렌드와 불가분의 관계다. 포드,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지난 100여년간 글로벌 시장을 주도한 제조기업들은 20세기 초반의 기계ㆍ금속ㆍ전기ㆍ화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정에서 태동돼 성장기를 거쳤다. 소매유통 산업에선 1960년대가 전환기였다. 1960년 프랑스의 까르푸, 1962년 미국의 월마트, 1969년 일본의 이온그룹 등 각 권역의 대표 기업들이 시작됐다. 생산과 유통의 분리, 정보기술을 적용한 물류망 고도화가 배경이었다. 이후 백화점 중심이었던 유통산업은 대형할인점 위주로 재편됐다. 월마트는 1985년 업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망을 구축해 창고재고, 트럭운송, 판매정보를 연동하는 시스템 혁신으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월마트의 입지는 온라인쇼핑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등장한 온라인쇼핑은 당초 주변부의 틈새사업자 정도로 취급받았으나 2007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디지털 채널로 수집한 고객정보를 활용한 마케팅, 첨단물류망을 활용한 신속한 배송, 편리한 결제서비스가 결합된 결과였다.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핵심자산인 점포망의 전략적 가치가 퇴색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특히 1994년 창립된 아마존이 200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몰락을 예상했다. 중저가 위주의 판매품목에서 온라인사업자와 차별화가 어렵고 거대기업일수록 변신도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JC페니, 시어스 등 여타 오프라인 유통강자들이 연이어 파산하는 와중에서 월마트는 작년에도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이베이를 누르고 미국 온라인판매 2위로 올라섰다. 이러한 변화는 2014년 취임한 최고경영자(CEO) 더그 맥밀런이 표방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서 출발했다. 전략의 핵심은 '신속한 투자포트폴리오 재편'과 '원(One) 월마트 옴니채널'이었다.


그는 오프라인 투자를 대폭 감축하고 디지털 부문에 집중했다. 월마트 미국법인의 2015년 총투자비 82억달러의 50%가 신규점포 개설비용이었지만 올해는 1%로 급감했다. 반면 올해는 총투자비 79억달러의 71%인 56억달러를 온라인 부문과 공급망 고도화에 투입했다. 급변하는 상황에 내부적 역량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2016년 '제트닷컴', 2017년 '슈바이'와 '무스조' 등 디지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ㆍ합병했다. 단기간에 디지털 분야의 전문인력, 핵심기술, 밀레니얼 고객을 확보하면서 내부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공유하게 됐다.


'원 월마트 옴니채널'의 기본 개념은 '아마존에는 없고 월마트에는 있는 강점'의 추구였다. 아마존을 따라가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월마트의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 서비스의 연계로 접근했다. 미국 인구의 90%가 월마트 주변 10마일(약 16km) 이내에 거주하는 여건에서 매장들은 디지털 기지로 재구축됐다. 온라인 주문 후 매장 수령, 생필품 2시간 배달 등이 주효했다. 맥밀런은 고객이 쇼핑방법, 채널과 상관없이 구매하듯 월마트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는 통합적 관점에서 사업모델 혁신에 접근하라는 지론을 펼쳤다.

한국에서도 유통산업의 격변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하던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대응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온라인 트렌드를 따라가되 오프라인의 고유한 강점을 결합하였던 월마트의 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이는 비단 유통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오프라인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서 온라인-오프라인 융합이란 통합적 관점에서 차별적 경쟁우위를 모색했던 월마트는 현재진행형의 교훈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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