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공무원 월급 깎아 재난지원금 주자" 주장
공무원노조 "공무원 사기 저하시키는 주장…국회의원부터 모범보여야"
전문가 "정치권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견"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공무원 임금의 20%를 삭감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사회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가보상비 전액 삭감, 내년 임금인상률 최소화 등 이미 충분히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공무원 임금을 깎자는 조 의원의 주장에 대해 모든 책임을 공무원에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고위공직자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이 있는 등 해당 주장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21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긴급재난지원금을 2차로 지급하자"며 "그 재원 일부를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임금 삭감으로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지난 5월에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규모 기준으로 하면 우리 예산이 12조 원이 필요하다"며 "가장 첫 번째로 공무원들의 임금 삭감을 제안한다"면서 "정치권과 공공기관이 다시 한번 긴장감을 갖기 위해서라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20% 임금 삭감을 제안한다. 여기서 약 2조6000억 원의 재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공무원 임금 삭감 이외에도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예비비에서 2조 원, 1~3차 추경으로 편성한 금액 중 집행 못한 금액을 더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누리꾼들은 그의 페이스북 댓글란에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마라", "지금, 이 상황에 공무원들 격려는 못 할망정 힘 빠지는 소리 한다" 등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 누리꾼은 "8~9급 공무원들 월 실수령 180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건 알고서나 하는 말인가"라면서 "공무원도 세금 내는 국민이고 월급 받는 월급쟁이다. 그런데 왜 하위직 공무원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주민센터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월급삭감 운운하시기 전에 인력충원부터 하시고 일을 진행해라"라면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들의 그것도 아주적은 월급을 깎는다는 생각에 아주 화가 나고, 경솔하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공무원 임금 삭감 주장에 대한 논란이 지속하자 조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공무원이냐고 항의하실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많은 공직자가 있으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일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임대료는 밀려가도 매출은 바닥이어서 매일같이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 등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낼 수입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모두가 조금씩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공무원들은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힘든 때에 공무원만 희생을 강요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조 의원의 주장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연가보상비 전액 삭감, 기부 등 여러 방식으로 재원 마련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공무원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장마, 폭염 등의 여파로 관련 업무가 급속히 증가, 야근·주말근무 등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공무원들은 이미 헌신적으로 각종 자연재해 대응은 물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초과근무 등 할 수 있는 조처는 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선 공무원들 역시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주무관 김모(29) 씨는 "왜 말단 직원이 희생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만큼 월급이 많으면 모르겠다. 우리도 코로나19, 장마 등 어려운 상황에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데 월급 삭감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무관 김모(27) 씨는 "올해 첫 임용된 신입인데 공무원 월급이 이렇게 적을 줄 몰랐다"라면서 "상황이 이런데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공무원 월급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이 있더라. 국회의원 모두가 모범을 보인 후 이런 주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이면 열심히 일하려는 직원들 사기만 저하될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 사회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조 의원 주장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체 공무원보다는 고소득층이나 고수익 기업 등 민간 차원의 희생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하위직 공무원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앞장서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공무원보다는 고소득 근로자·사업자·법인들이 더 기여를 많이 하도록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주장했다.
실제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019년에는 9급 1호봉, 하사 1~3호봉 등 월 급여가 최저임금에 못 미쳐 추가적인 봉급 조정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앞서 정부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확보를 위해 공무원 연가보상비(인건비)를 삭감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공무원들과 공직 사회도 적극적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논의할 시, 고위공무원들 임금을 먼저 삭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힘쓰고 있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에서 힘쓰고 있는 공무원 대부분이 서민층이다. 공무원 급여를 삭감하게 될 시 경제 미치는 효과도 부정적일 것"이라면서 "공무원 임금 삭감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 고임금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부터 월급을 줄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가 폭증하는 국면에서 정치권에서 나올 수 있는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4차 추경, 2차 재난지원금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현재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정치권 내에서 이런 의견들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며 "이 주장에 대해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현재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설사 이것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구체화될 것"이라면서 "또 모든 공무원 일괄 20%가 아닐 것이다. 정부 예산에서 절약할 수 있는 부분도 하고, 공직사회 동참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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