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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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가 코로나19 전후로 나뉜다면 미국외교는 트럼프 전후로 나뉜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이 된 이래 국제사회는 각자도생의 글로벌 서부시대에 돌입했다. 특히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선거용을 넘어 미중관계의 근본적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킨들버그의 함정’에 빠진 미중 양국을 본다. 중진국의 함정을 넘어섰는지, 미국과의 경쟁에 ‘시간의 함정’을 파고 있는지 중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현실일 경우 우리는 신냉전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크게 5가지 대중(對中) 우위전략을 세운 듯하다. 첫째, 기술 우위전략이다. 미국은 무역협상처럼 적자 개선에서 나아가 화웨이 제재처럼 대중 기술 우위 견지를 최우선한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선언’으로 미국을 추격하자 글로벌 생산망의 중국 배제와 경제번영네트워크(EPN)로 중국을 무릎 꿇리려 한다.

둘째 가치 우위전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월 23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아직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민주주의 동맹체(D10)’ 구상을 언급했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룬 국가들의 모임인 D10은 기존 주요 7개국(G7)에 한국. 호주. 인도를 더했다. 미국은 가치를 기준으로 반중(反中) 민주국가들을 집결시키려 한다.


셋째 지역 우위전략이다. 2019년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인태)보고서는 인태를 미국의 ‘다대다로(many belts and many roads)’ 추진의 주 무대(priority theater)로서 중국의 일대일로(one belt and one road)를 겨냥하였다. 일대일로 ‘창’과 인태 ‘방패’ 간 싸움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일보 후퇴했지만 인태에서의 전열 재정비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고자 한다.

넷째 제도 우위전략이다. 최근 미 정부는 시진핑을 주석 대신 공산당 총서기로 호칭하였다. 시진핑이 비민주적 권위주의 지도자임을 강조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과 권력기반을 약화시키고자 한다.


다섯째 문명 우위전략이다. 중국의 인류운명공동체, 일대일로, 아시아 신안보관 등의 공통점은 아시아에 기반을 둔다는 점이다.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비(非)서방 문명의 도전에 직면했고, 대중 문명적 적대감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책임론 또한 중국 중심 아시아문명의 후진성을 은연중 드러내고자 한다.


미국의 상기 우위전략의 전방위 공세 속 중국의 외교사령탑 양제츠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19~20일 싱가포르에 이어 21~22일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의 초청으로 방한한다. 코로나19 속 중국외교 최고 책임자의 방한은 그만큼 한국 중시이다. 지난해 한국측 다수 고위인사들의 방중에 대한 답방차원으로서 작년 12월 왕이 외교부장에 이어 한중관계를 재확인한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반드시 방한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를 전달한다. 대북 인식을 공유하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한다. 서훈-양제츠 부산회동은 양국 최고 지도자 뜻을 좀 더 힘있게 집행하는 최상위 채널의 구축이다.


양 주임이 동남아와 동북아의 전략적 핵심국가 싱가포르와 한국을 연이어 방문한 것은 중국외교가 대미(對美) 수세에서 적극 방어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갑작스런 방한은 미중 사이 한국외교의 딜레마를 가중시킨다라는 비판도 있지만,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전면적 대중 공세와 중국의 뚜렷한 고립 속에 한국을 압박할 경우 미국의 ‘이간계’에 걸려들기 때문이다. 대신 직접 언급은 안해도 간접 효과는 기대할 것이다. 미중 간 안보현안들에 있어 한국이 중국을 의식해 좀 더 중립적으로 접근하길 희망한다. 더 크게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 5개 우위전략에 가담하지 않기를 원한다.


부산 회동은 문대통령 예방을 피함으로써 미국의 민감성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오이밭에선 신발끈을 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치지 말라”란 말처럼 우리는 미국에겐 대중 우위전략의 명백한 가담도, 중국에겐 그 어떤 예민한 동의도 피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것만이 한국외교의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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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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