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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련 70%는 '장롱특허'…병원이 K바이오 혁신 거점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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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인터뷰
코로나 대유행 속 바이오 기술 상용화해야 경쟁력으로 직결

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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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성남)=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국내 병원과 대학, 연구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의료 관련 특허의 70%는 사업 목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장롱특허'에 불과합니다. 이 같은 성과물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형 병원이 혁신 거점 역할을 하고, 민관의 투자금도 유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김상은 서울대 의과대학 분당서울대병원 교수(62·사진)는 1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의료·바이오 산업이 도약하기 위한 선결 과제를 이렇게 제시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급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절체절명의 2차 대유행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바이오 기술 상용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는 K바이오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병원 기술지주회사 설립해야"
"신약 개발은 재무 아닌 '전략적 투자'"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52억달러(약 6조원) 규모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4.2%씩 성장했다. 그럼에도 세계시장에서 K바이오의 입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IBM 등 글로벌 기업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의료·바이오시장 규모는 8조달러(약 9500조원)로 ICT산업(4조달러)의 두 배지만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이처럼 엄청난 의료·바이오산업의 국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책임질 바이오벤처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제약산업은 학계와 연구계에서 기초 연구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내면 바이오벤처에서 이를 기술화하고, 제약기업이 임상을 추진하는 가치사슬의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자금·인프라 등 운영상의 어려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주변의 시선에 얽매여 바이오벤처 창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첨단 장비와 시설을 갖춘 대형 병원 중심의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연구·개발과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 기술지주회사는 병원이나 연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등의 기술을 출자하고 사업화하는 전문조직이다. 현행 의료법상 비영리기관인 병원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는 없다. 김 교수는 "신약 개발이나 의료서비스, 의료기기 분야의 기술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병원의 공익 사업이나 연구에 다시 투자하도록 제도화하면 기술지주회사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국내 병원의 인프라를 진료에 국한하지 말고 의료 기술 개발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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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 BIK테라퓨틱스 창업, 대표 취임
10년 연구 산물 新약물전달기술 개발
현장 경험 토대 "CVC 통한 기업 투자 기반 마련해야"

김 교수가 의료·바이오 분야의 벤처 생태계 조성이 쉽지 않다고 공언하는 까닭은 그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 때문이다. 김 교수는 2009년 뜻이 맞는 동료 교수들과 바이오벤처 기업 BIK테라퓨틱스를 창업했다. 그동안 경영은 전문인에게 맡기고 사내 연구진의 연구·개발에 도움을 주는 형태로 참여하다가 올해 초 대표로 취임했다.


이 회사의 대표적 성과물은 2018년 개발한 '엘리트 약물전달기술'이다. 사람 세포막에는 약물이 달라붙는 표적이 있는데 이곳과의 결합률을 높이고 세포 안으로 약물이 잘 유입돼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김 교수는 암세포 같은 특정세포의 표적에만 약물을 전달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세포 유입이 되지 않아 개발에 실패한 기존 신약 후보물질도 이 기술을 통해 다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 입법 논의가 한창인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제도를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에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VC는 대기업이 출자해 설립·보유하는 벤처캐피털을 뜻하는데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제약·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을 추진할 자금이 넉넉지 않고 벤처기업의 역량으로는 실패 위험을 감당하기 벅차다"며 "수익만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 대신 장기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CVC처럼)기업의 전략적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은 교수는…
-핵의학·내과 전문의
-현 서울대 의과대학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현 서울대 분자의학·바이오제약학과 교수
-현 바이오벤처 기업 BIK테라퓨틱스 대표
-현 사단법인 미래융합협의회 회장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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