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기민한 전자이야기’는 전자·기계제품, 장치의 소소한 정보를 기민하게 살펴보는 코너 입니다. 광고,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따끈한 신상품, 이제는 추억이 된 제품, 아리송한 제품·업계 용어와 소식까지 초심자의 마음으로 친절하게 다뤄드리겠습니다.
올해 여름 엄청난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 싶은 기록적인 폭우가 연일 전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6월부터 50일 넘게 장맛비가 내렸는데요.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습도가 100%. 실내에 가만히 있어도 몸이 물에 젖은 것처럼 불쾌감과 피로감이 덮쳐 불쾌지수도 함께 올라갑니다.
궂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저조한 대신 제습기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실내 공기를 뽀송하게 만들어주는 제습기는 언제부터 사용됐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제습기는 에어컨의 역사와 함께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제습과 온조조절의 원리가 도입된 곳은 신라시대에 지어진 석굴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석굴암의 입구는 동굴형식, 내실는 화강암 돔으로 쌓아 만들었습니다. 이런 형식은 이런 구조는 비 피해를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외부와 내부의 온도차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습기와 성에로 인해 부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돔 위를 흙으로 덮었습니다. 또한 바닥 밑에 물이 통할 수 있게 수로를 내 석굴암 내부를 서늘하고 건조한 조건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습도와 온도를 잡는 현대식 기계를 처음 개발한 인물은 미국의 윌리스 케리어입니다. 케리어는 1900년대 초반 출판사 창고의 습기를 잡기 위해 제습기를 처음 만들었는데요. 향후 공장 내부 열기를 없애기 위해 제습기와 냉방 시스템 합친 에어컨을 내놓게 됩니다.
그럼 왜 에어컨을 그냥 쓰면 되는데 제습기를 따로 쓰냐는 물음도 나올겁니다. 에어컨이 완벽하게 제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사용자가 설정한 온도에 도달하면 에어컨은 같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송풍으로 전환합니다. 이 때 냉매로 차가워진 에어컨 내부에 생긴 물기나 에어컨 배수관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한 물과 습기가 다시 바람을 통해 실내로 전달됩니다. 따라서 송풍 때에는 실내가 다시 습해질 수 있습니다.
제습기마다 각기 다른 방식이 적용됐지만 기본 작동원리는 이렇습니다. 제습기를 켜면 습한 공기는 제습기를 통과하며 내부에 있는 냉매나 냉각장치를 만나게 되는데요. 공기가 냉각되면서 습기가 이슬로 바뀌는 결로현상이 발생합니다. 맺힌 이슬은 물통받이로 떨어지고, 습했던 공기는 건조한 상태로 배출되는 원리입니다.
2010년대 초반 연간 판매량 100만여대 규모였던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 20만대까지 줄었습니다. 장마같지 않은 마른 장마가 거듭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 6월 중순 불볕더위 이후 계속된 장마로 인해 이달까지 판매량은 예년 수준을 훌쩍 넘겼다고 합니다. 최근 이마트에 따르면 제습기 매출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4.3% 증가했고요.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도 최근 한 달(7월 10일~8월 9일)간 제습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14% 급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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