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배터리, 40℃에도 '동맥경화'

스마트폰 배터리, 열에 따른 수명 저하 살펴보니
40℃만 되도 리튬이 쌓여 배터리 기능에 영향

배터리의 고온 충방전후 전극 구조의 변화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스마트폰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온도와 수명 간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전자기기의 작동시 발생하는 온화한 열 조건에도 배터리 구조상의 변화가 일어나, 수명이 깎인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열에 대한 영향을 줄인다면 더욱 안정적인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 단장(서울대 석좌교수)과 성영은부연구단장, 유승호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온도에 따른 리튬이온배터리 전극물질의 구조 변화를 관측하고 배터리 열화 과정의 근본 원인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인 미국 화학회지에 같은 날 실렸다.

스마트폰, 온화한 열에도 배터리 동맥경화

상온과 온화환 열 조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구조의 변화

먼저 연구팀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을 이산화티타늄으로 대체한 배터리를 제작했다. 통상 음극에는 흑연이 쓰이지만, 이산화티타늄과의 반응 여부를 살피기 위해 이같이 조치했다. 이어 충전과 방전시 온도를 달리하면서 엑스선 회절 분석법을 통해 이산화티타늄의 전극 구조 변화를 관측했다.

이 결과, 구동 온도가 높아지면서 상온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새로운 리튬 저장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상온보다 20~30℃만 높아져도 1차 상변화 후 추가적인 2차 상변화(Li1TiO2)가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자기기 사용 시 발생하는 40℃ 수준의 온화한 열 조건에서도 예상치 않았던 추가 상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Li+)이 음극으로 이동해 이산화티타늄과 반응해 상을 변화(Li0.55TiO2)시킨다고 알려져 있었다.

심하면 비가역적 손실까지

상온과 고온에서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기화학적 구동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2차 상변화에 따른 전극의 구조 변화를 관찰했는데, 2차 상변화가 일어나면 에너지 장벽이 높아져 이산화티타늄 전극 내부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하기 어려워지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마치 동맥경화처럼 전극 내에 리튬이온이 축적되다가, 충·방전을 거듭하면 결국 이산화티타늄 격자 구조에 결함이 생겨 비가역적인 손실까지 발생했다.

유승호 교수는 "열 발생을 수반하는 에너지 장치의 배터리 설계에 있어 온도는 고려해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온도가 높아지면 추가적인 상변화가 발생하며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저하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성영은 부연구단장은 "최근 전기자동차의 수요 급증과 함께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 물질의 개발이 중요해졌다"며 "열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용량이 높고 안정적인 동시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