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리포트]그들의 창업과 미래
③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세월호 도면은 4시간 만에 3D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10분이면 가능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정부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일본에서 건조될 당시의 세월호 설계도(2D)를 보면서 구조활동을 펼쳐야 했다. 하진우(38) 어반베이스 대표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3D로 도면을 만들어 중대본에 보내 구조활동을 도왔다.
세월호 사고 당시 4시간이 걸렸던 대형 선박의 설계도 3D 작업은 지금은 10분이면 충분하고, 아파트의 설계도 1장을 3D로 변환하는데는 1~2초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어반베이스는 2D 도면 이미지를 3D 공간으로 자동 변환하고, 이 가상 공간에 인테리어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증강현실(AR) 구축 기술을 개발해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특허를 받았다.
현재 전국 아파트 80%(560만 세대)의 3D도면 데이터와 7000여개의 모델링 제품이 데이터화 돼 가구와 가전, 인테리어 업계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기술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나 이사 갈 아파트의 구조를 확인하고, 가구ㆍ가전ㆍ생활소품ㆍ마루ㆍ벽지ㆍ창호 등을 미리 배치해 인테리어 해볼 수 있다.
어반베이스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곳은 가구업체 '일룸'이다. 일룸은 가구업계에선 처음으로 어반베이스의 증강ㆍ가상현실(VR) 서비스를 도입했다. 전국 모든 매장에 고사양 PC를 설치, 고객들이 자신의 아파트에 가구를 배치할 경우 인테리어가 어떻게 변하는지 미리 볼 수 있게 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하 대표는 "일룸의 상반기 온라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4% 성장했는데, 이는 어반베이스의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일룸은 어반베이스의 최초이면서 가장 고마운 고객인데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고객사의 선전을 반겼다.
하 대표는 게임 매니아였다. 그는 "가보지 않은 해외 유명 도시의 공간 구조를 게임 속에서 다 외울 정도였다"면서 "그러다가 현실과 똑같은 가상 공간을 만들면 활용할 분야가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임이 공간을 인지하고 코딩 기술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게임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건축을 전공한 하 대표는 설계 후 수작업으로 건축물의 모형을 제작하는 노력과 시간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3D로 구현하면 굳이 모형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ARㆍVR 구축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어반베이스가 단순히 ARㆍVR 구축 기술만 가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반베이스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이 무료로 이용하는 서비스 버전과 제휴사에 제공되는 'B2B(기업간 거래) 버전'의 성능은 차이가 크다.
B2B 버전은 기업의 자금, 회계, 구매, 생산, 판매 등 모든 업무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자동 조절해주는 전산시스템인 ERP 시스템과 연동된다. 고객이 '3D 홈디자인'을 통해 시뮬레이션 한 뒤 제품을 선택하면 견적서가 뜨고, 재고도 자동으로 파악된다. 주문하면 매출에 자동으로 잡혀 추가 작업이 필요 없다.
업무적 편의가 보장되자 많은 기업들이 어반베이스의 시스템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제휴사는 퍼시스그룹의 일룸과 데스커, 에이스침대, LG전자, 까사미아, 롯데하이마트 등 40여 곳이고, 신세계아이앤씨와 우미건설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일본지사는 부동산 기업과 가구업체 등 일본 내 4개 대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 대표는 "중국에서도 특허를 신청했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는 데이터베이스가 될 도면의 저작권 문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삼성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들도 ARㆍVR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 ARㆍVR기술의 진짜 황금기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반베이스는 2014년 스파크랩에서 2500만원을 투자받아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손익분기점을 상회할 전망이다. 법인 설립 6년만에 해외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중국에서 어반베이스와 비슷한 기술을 가진 '쿠지알러'가 유니콘 기업이 됐다. 기술은 어반베이스가 쿠지알러보다 앞선다. 한국에서 쿠지알러를 능가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어반베이스의 목표다.
어반베이스의 다음 타깃은 선박ㆍ조선업이다. 선박의 경우 선체 일부를 제외하곤 내부 공간을 만드는 작업은 건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세월호 사고를 교훈삼아 선박의 도면들도 3D로 변형한다면 초호화 유람선 제작이나 사고시 구조활동에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눈길은 공간이 있는 모든 곳을 주시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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