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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美中 패권경쟁의 확산과 한국의 선택

최종수정 2020.08.04 12:30 기사입력 2020.08.0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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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

한동안 잠잠하던 미중(美中) 패권다툼의 불길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령을 계기로 미중 대결은 무역전쟁의 차원을 넘어 외교전쟁의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다음 단계는 군사적 영역뿐이다. 국가주권의 불가침성으로 인해 국가는 죄를 지어도 처벌할 수 있는 국제적 공권력이 없다. 이 때문에 각국은 타국의 불법행위를 대부분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자력으로 응징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과거 미소(美蘇) 냉전시대에 빈번히 사용됐던 외교관 추방이나 외교공관 폐쇄는 기본적으로 적대적 국가관계의 소산이다. 냉전 종식 후 빈도는 줄었으나 외교관 추방은 지금도 유용한 외교적 응징수단으로 남아 있다. 최근 수년간만 해도 2017년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법' 채택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무려 755명의 미국 외교관을 추방했고,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샌프란시스코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한 바 있다. 그 이듬해엔 러시아가 영국에서 벌인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미수 사건에 대한 응징으로 미국, 영국 등 20개국이 100여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 러시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와 외교관 추방 등으로 응수했다.

이런 외교적 보복조치는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건 상호주의에 따라 등가적 보복조치를 교환하는 것이 관행이다. 따라서 금번 미중 간 총영사관 폐쇄 공방전에서 누가 승자인가를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중요한 건 미국이 지난해 32년 만에 2명의 중국 외교관을 스파이혐의로 추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총영사관 폐쇄라는 한 단계 격상된 보복카드를 뽑았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중국을 '협력대상국' 내지 '교화대상국'으로 간주했던 미국이 이제 중국을 '적국'으로 간주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현재 무역전쟁 수준에 머물고 있는 미.중 충돌에서 미국이 '확전'의 길을 선택한 징표로도 볼 수 있다. 현재 미국 조야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패권국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일치된 입장에 아무 이견이 없고, 민주당이 집권하면 대중국 정책이 더 강경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고민이 깊어가고 있는 중국이 직면한 난관은 세 가지다. 첫째, 과거와 달리 미국이 대중국 공세를 적당히 멈추고 타협할 기색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양국관계가 '끝장 대결'로 갈 경우 중국의 승리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아직은 중국 국력이 크게 열세고, 특히 군사력은 미국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또한 냉전시대 소련과 달리 중국 경제는 '적국'인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숙주 삼아 기생하고 있어, 이들이 중국과 관계절연(디커플링·decoupling)을 강행할 경우 중국 경제는 몰락을 피하기 어렵다. 셋째, 미중이 향후 장기적 '진영간 대결'에 돌입할 경우 중국 진영에 가담할 나라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간 과도한 영토적 야심과 이기적 대외정책으로 많은 우방국을 상실했고, 코로나 사태 은폐 의혹과 홍콩 사태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미중이 정면대결로 가는 현 상황에서 한국이 어느 편에 설 것인가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다. 한국의 거취에 따라 동북아의 미중 대치 경계선은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이 될 수도 있고 대한해협이 될 수도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며, 양자택일이 불가피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 여하에 따라 한국은 몰락하는 중국시장에 매달려 선진자본주의 시장을 모두 상실한 채 중국의 속방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반대로 중국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중국 상품이 추방된 선진자본주의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만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맹목적 대중국 굴종외교가 현시점에서 속히 재검토돼야 하는 이유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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