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복지관이나 경로당에 가야만 장기 ·바둑을 둘 수 있는데 새로운 공간이 생겨 기뻐요. 불광천 다리 밑에 장기와 바둑 두는 사람들이 100여명에 이르는데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편안하게 두는 환경으로 바뀌니 너무 좋습니다”
불광천 다리 아래 장기·바둑을 두는 어르신의 대표 양중웅(78)씨는 새로 건립되는 ‘장기·바둑방’을 환영했다.
은평구(구청장 김미경)는 7월27일부터 ‘불광천 어르신 쉼터’를 운영한다.
이번 ‘불광천 어르신 쉼터’가 만들어진 사연은 오래전이다. 2007년 ‘장기·바둑방’은 서울디자인재단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불광천 신응교 하단 산책로 옆에 설치됐다가 신응교 인근 제방부로 옮겼다.
기존 ‘장기·바둑방’은 폭우로 불광천 수위가 상승하면 침수피해가 발생, 자전거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하여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았다.
또 다리 하단이라는 특성으로 추위와 위생 등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특히 2018년 태풍 개미가 장기·바둑방 의자와 기구들을 모두 망가뜨렸다. 이에 피해를 입은 어르신들은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은평구가 나섰다. 2018년부터 어르신들과 수차례 현장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 현재의 위치로 결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불광천 어르신 쉼터 건립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평소 하루 이용인원이 200명이 넘던 기존 장기·바둑방을 5개월 넘게 폐쇄하게 됐다.
시설폐쇄 장기화로 인해 일부 어르신들과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대부분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해 주셨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번 ‘불광천 어르신 쉼터’ 개소가 가능하게 됐다.
노인인구 대상 시설물은 앞으로 더욱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5년이면 한국의 노인인구가 37%로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이라 한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경제와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반영해 본다면 ‘불광천 어르신 쉼터’는 특정 연령층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우리 미래를 대비하는 시설인 셈이다.
‘불광천 어르신 쉼터’는 은평구 거주 만 65세 이상 어르신 누구나 성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장기와 바둑을 둘 수 있고, 어르신 스스로 시설을 운영하는 개방형 쉼터로 꾸며갈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의 예방을 위해 당분간 10시부터 17시까지 단축 운영하며, 최대 하루 입장인원도 30명 이내를 유지하게 된다. 오전 9~10시, 오후 1~2시, 오후 5~6시 등 매일 3회 방역과 환기작업을 실시, 출입자는 안면인식 체온감지 패널, 손소독, 출입자명부 작성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실내에는 어르신들이 장기와 바둑을 두기 위한 책상과 의자, 대기자를 위한 벤치 등 목재가구가 구비되어 있는데 이는 은평구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 중인 ‘우당탕탕 목공방’에서 직접 제작하여 어르신 쉼터의 의미를 더했다.
김미경 구청장은 “오래 전부터 불광천을 거닐다 보면 덥거나 추운 날씨에서 장기와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며 “어르신을 위한 쉼터가 생겨 보다 편안하게 여가를 즐기시기를 바란다. 다만 코로나19 방역 준수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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