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 수요가 늘어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가 늘고 있다.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유니콘, 물고기, 보석 등 가상 캐릭터를 사고 팔아 고수익을 볼 수 있다고 현혹하는 '재테크 사기'에서부터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대리입금'이라는 명칭의 소액 고금리 사채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청소년이 같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채를 빌려주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학교폭력이라는 2차 피해로 이어져 충격을 준다.
고수익 재테크를 빙자한 유사금융플랫폼 사기 성행
25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금리 기조하에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 캐릭터 등을 거래하는 유사금융플랫폼 사기가 성행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주의보를 발령했다. 수익원이 전혀 없고, 신규회원의 투자금으로 기존회원의 수익을 보존하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형태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동물, 건물, 유니콘, 물고기 등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개인대개인(P2P),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표방하며 혁신 재테크 기법을 활용하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캐릭터를 일정 기간 보유하면 자동으로 가격이 상승하도록 돼 있고 회원의 수익은 구매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한 매매차익에서 발생한다고 광고했다. 거래가 반복될수록 캐릭터의 가격은 계속 상승할 수 밖에 없다면서 캐릭터 가격이 일정 금액에 도달하면 한 개의 캐릭터가 여러 개로 분할하도록 했다.
또 신규 회원을 직접 소개하는 경우 피소개자 거래 수익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다단계성 마케팅 수익도 표방했다. 아울러 단체 카톡방 등을 통해 회원의 부정적 의견 및 항의를 단속하면서, 회원 이탈이 없도록 관리하는 등 전형적인 다단계 사업 행태를 보였다.
금감원은 신규 구매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돼야만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며, 신규 구매자가 유입되지 않는 경우 마지막 구매자의 손해가 발생하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폭탄 돌리기' 형태라고 지적했다. 폰지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말로, 1920년대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했다.
또 거래 매칭 방법이 공개되지 않아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체결돼도 회원은 이 같은 내용을 정확히 알기 어려우며, 사이트에 접속해야만 거래가 가능하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사이트를 갑자기 폐쇄하면 투자금 회수가 불가하다고 경고했다.
'굿즈' 사려다 400만원 빚…10대女 노리는 은밀한 거래 '대리입금'
이와 함께 금융ㆍ법률 취약계층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리입금'이라는 명칭의 고금리 소액사채가 성행해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입금 업자들은 주로 SNS에 대리입금 광고글을 게시한 후 콘서트 티켓, 연예인 기획상품, 게임 비용 등이 필요한 청소년을 유인해 10만원 내외의 소액을 단기(2∼7일)로 빌려주고 있었다.
빌린 금액은 소액이지만, 단기간의 이자율은 20∼50%였다. 이를 연이자로 환산할 경우 무려 1000% 이상의 수준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늦게 갚을 경우 시간당 1000원∼1만원의 연체료를 부과하는데 이는 '지각비'라는 용어로 꾸며졌다. 문제는 '수고비', '지각비'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아이돌 사진 등을 게시하며 마치 지인간의 금전 거래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분확인을 빌미로 가족 및 친구의 연락처 등을 요구하고, 청소년만(특히 여자)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용돈벌이로 대리입금을 하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고리대금 형태로 친구의 돈을 갈취하는 진화된 형태의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상황으로 조사됐다.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A씨는 3일간 10만원을 빌리고 14만원을 상환했다. 하지만 36시간 연체에 대한 지각비 5만원(시간당 1500원)을 추가로 요구당했고 심지어 야간 협박 전화 등 불법추심에 시달리고 있다.
또 B양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상품을 사고 싶었으나, 구입비용이 없어 SNS를 통해 여러명으로부터 2∼10만원씩 대리입금을 이용했다. 하지만 상환을 못해 계속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이자 포함 400만원을 변제했다.
고등학생인 C군은 도박에 빠져 도박자금을 일주일에 이율 50%(연이율 2,600%)인 대리입금을 통해 마련하다가, 결국 4년간 도박빚이 3700만원으로 불어난 경우도 있었다.
"급전 필요하세요?" 소득 없는 대학생·취준생 유혹하는 '작업대출'
급전이 필요한 무직 청년층들에게 접근해 허위 서류를 위조해주고 대출금의 30%에 달하는 거액을 받아 챙기는 '작업대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적발된 '작업대출' 사례는 올해 43건, 대출액은 총 2억7200만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작업대출 이용자가 대부분 20대(‘90년대생) 대학생·취업준비생들로, 대출금액은 비교적 소액(400만~2000만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졌다.
작업대출은 공·사문서 위·변조로 이뤄지는 사기대출이다. 작업대출업자 뿐만 아니라 대출신청자도 공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피해 사례를 보면 94년생인 대학생 A씨는 긴급히 돈이 필요했으나, 소득증명이 안돼 금융권의 대출이 곤란했다. 이에 지난해 3월 작업대출업자 B씨를 통해 급여 및 재직증명서를 위조받아 저축은행 2곳에서 1880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는 B씨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의 30%인 564만원을 지급했고, 실제로 받은 돈은 1316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A씨가 3년간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은 이자까지 포함해 2897만원에 달했다.
코로나 틈탄 스미싱 피해 급증...'가짜 링크' 주의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감염자 확인, 긴급재난지원금 추가신청, 마스크 배송확인 등의 '낚시 문자'로 유인하는 스미싱(smishing)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미싱 피해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2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건보다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스미싱 피해의 경우 총 208건으로 올해 상반기에 이미 넘어섰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문자메시지 내의 인터넷 주소(URL)를 누르게 해 개인정보 등을 탈취해 가는 범행 수법을 뜻한다.
이처럼 신종 금융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금감원과 경찰청은 최근 '금융범죄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적극 나서기로 했다.
업무협약에는 ▲ 실효적인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 공동 추진 ▲ 범죄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정보 공유 및 교육 지원 ▲ 범죄 원천 차단을 위한 금융 제도 개선방안 마련 ▲ 기타 금융 범죄 근절을 위한 제반 업무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과 경찰청은 "국민이 경각심을 갖도록 새로운 금융 범죄 수법을 신속하게 알리고 다양한 예방대책을 추진하는 한편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문 단속해 주면 5000원"…'알바'는 진화 중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