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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로 돈 보낼게" 데이트 비용 '더치페이' 하는 20·30 커플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최종수정 2020.07.25 05:52 기사입력 2020.07.25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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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인 간 '더치페이' 문화 확산
20·30세대 10명 중 8명 "데이트 비용으로 연인과 다툰 적 있다"
전문가 "불경기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연관"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더치페이(각자 내기)'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더치페이(각자 내기)'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계좌로 돈 보냈어.", "오늘 식사 비용 얼마였지?"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더치페이(각자 내기)'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연인 사이에서도 식사 후 개별 결제를 진행하거나 '데이트 통장'을 마련하는 등 비용을 균등하게 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했던 과거와는 달리 연인 사이에서도 '공평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는 불경기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이 같은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남자친구와 연애한 지 3년 됐다. 초반에는 데이트 비용 때문에 서로 눈치 볼 때가 많았다. 둘 다 대학생이라 경제적으로 부담이 됐기 때문"이라며 "연애 초기에는 한 사람이 식사 비용을 내면 다른 사람이 카페에서 음료를 사거나 영화비를 내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 차라리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몇 달 전 통장을 개설했다"며 "매달 각각 10만 원씩 넣고 있다. 돈이 모자를 경우에는 조금씩 추가해서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트 비용은 연인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일부 커플은 데이트 비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결별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20·30세대 미혼남녀 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 비용으로 연인과 다툰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83.2%를 차지했다.


이들은 연인과 다툰 이유로 ▲내가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것을 당연시 여겨서(35.8%) ▲데이트 비용을 아끼려고만 해서(25.8%) ▲수입이 같지 않은데 비용을 정확히 절반씩 부담하려 해서(18.2%) 등을 꼽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연인들에게 데이트 비용은 만만치 않다. 앞서 살펴본 듀오 조사 결과, 20·30세대 연인들의 1회 데이트 비용은 2인 기준 평균 6만3495원으로 집계됐다. 매주 2회씩 만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에 약 63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데이트 비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만남을 미루는 커플도 나오고 있다.


취업준비생 박모(28)씨는 "여자친구가 직장인이라 만날 때마다 식사를 얻어 먹는다"며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내가 데이트 비용을 낼 때도 있지만, 취업준비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무언가를 사주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은 자격지심이 들어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해보려고 하는데,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괜히 미안한 마음에 데이트를 미룬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인 10명 중 3명은 데이트 비용이 부담돼 만남을 미룬 것으로 조사됐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비용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4.9%가 '데이트 비용이 부담돼서 데이트를 미룬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데이트 비용 문제로 연인과 헤어졌거나,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응답자(19.1%)도 적지 않았다.


일부 젊은층 사이에서는 경제적 여건을 이유로 연애 자체를 회피하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정모(27)씨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왜 연애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연애를 하게 되면 개인 시간도 없어지고, 경제적인 여유도 없어진다. 내 시간과 돈을 포기할 만큼 연애를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연인 간의 '더치페이' 문화가 불경기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주의가 사회적으로 만연해진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불경기 때문"이라며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트 비용을 한 명이 다 부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서로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고자 돈을 나눠 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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