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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남중국해에 美 항모 불러들인 中의 '구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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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남중국해 일대에서 일본해상자위대 함정들과 훈련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모습[이미지출처=미 해군 홈페이지/www.navy.mil]

지난 7일 남중국해 일대에서 일본해상자위대 함정들과 훈련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모습[이미지출처=미 해군 홈페이지/www.navy.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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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과 중국간 대립이 심해지면서 최근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에 파견, 훈련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국지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도 자국 항모전단을 보내 훈련을 벌이면서 무력 과시에 나서고 있는데요. 남중국해 분쟁 자체는 현재 미국과 중국간 분쟁의 주요 요인인 홍콩사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보다 훨씬 이전부터 진행돼온, 중국의 일방적인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인 '구단선(九段線)' 때문으로 알려져있습니다.


10일 SCMP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4일부터 남중국해에 대형 항공모함인 USS 니미츠호와 USS 로널드 레이건호 등 2척과 함께 항모전단을 파견해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중국군도 여기에 대응해 남중국해상에서 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SCMP는 남중국해 일대 분쟁의 주 요인은 남중국해 면적의 80% 이상을 자국 해역이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중국의 패권주의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동북아시아로 북상하는 대부분 항로를 자국 영해라 주장하며 미 군함이 중국의 허가없이 통과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일방적 영해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행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 공해상에서 군사작전을 계속 벌이고 있죠.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이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1953년 자국이 선포한 '구단선'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자국 해양영토 분계선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국경선입니다. 구단선에는 필리핀, 베트남의 영해는 물론 말레이시아 북부 영해까지 침범하는 남중국해 80% 이상의 지역이 중국의 영해로 표시돼있는데요. 미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들도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정부가 1953년, 공식지도를 배포하면서 등장한 '구단선(九段線/붉은선 표시)'의 모습(사진=www.nansha.org.cn)

중국정부가 1953년, 공식지도를 배포하면서 등장한 '구단선(九段線/붉은선 표시)'의 모습(사진=www.nansha.org.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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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은 줄곧 이 구단선이 자국 해양영토 경계라고 주장하고 있죠.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중국은 남중국해 도서지역 각지에 인공섬과 군사용 항구, 미사일기지 등을 설치하며 동남아시아 각국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1953년 구단선을 선포할 당시에는 별다른 반응도 없었던 주변국들이 수십년이 지나서야 반발하고 있다며 자국이 명분상 앞선다고 오히려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중국이 구단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할 당시만해도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독립국가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서구열강의 식민 치하 상태였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라 상당한 힘의 공백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내부문제에 더 관심이 쏠려있던 상황이라 중국의 구단선 주장에 관심을 쏟을 상황이 아니었죠.

또한 이 지역은 물론 아시아 전역은 19세기말 이전까지 해양영유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자국이 오랫동안 다스려온 중요 도서지역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영유권 개념이 있었지만, 바다나 무인도, 암초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던 국가는 없었습니다. 남중국해 지역은 19세기까지 중국이나 필리핀, 기타 동남아시아 지역 해적들의 활동무대였고, 당시 중국조차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홀로 떨어진 섬의 주민들을 육지로 이송시키는 공도정책을 폈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간 해양영토 분계를 위해 장기간 협상에 들어가거나 조약을 체결한 역사가 없다보니 역사적 근거로 삼을만한 분계선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죠.


이랬던 동아시아에 서양식 해양영토 개념을 처음으로 가져온 국가는 일제였습니다. 일제는 다른 나라와의 협상없이 무력으로 아시아 일대의 비어있던 섬들을 점거하고, 서구 국제법상의 '무주지선점'이란 논리를 펴기 시작했죠. 일제 패망 이후에도 일제가 벌였던 무력점령 방식은 동아시아 각국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필요한 도서지역은 일단 군사적으로 점거한 후, 강력하게 자국영토라 주장해야한다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게 된 셈입니다.


이러한 역내 상황을 일제에 이어 이제는 중국이 악용하게 된 셈인데, 여기에 미국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진 것이죠. 남중국해 문제는 우리나라 독도문제를 포함해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있는 해양영토 분쟁 문제에 대한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주변국들의 군비경쟁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죠.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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