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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NBA 우승' 동상이몽…시카고 왕조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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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
"다음 우승보단 팀 리빙딜할 때" vs "챔피언은 그 자릴 지킬 자격 있어"
시카고 불스 경영진과 선수단 갈등 재조명…조던 회상 중심으로 복기
'황소고집' 크라우스 단장 결단력·안목 탁월…우승 때마다 리빌딩 고민
조던 퇴장과 동시에 시카고 왕조 마감 "재계약 제안했다면 응했을 것"

마이클 조던[사진=넷플릭스 제공]

마이클 조던[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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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는 1996-97시즌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제리 라인스도프(84) 구단주와 제리 크라우스(1939~2017) 단장은 마냥 즐거울 수 없었다. 마이클 조던(57)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이 내리막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팀 변경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이었어요. 여섯 번째 우승을 노릴 때가 아니라 리빌딩을 할 때라고 판단했죠(라인스도프).”


조던의 생각은 달랐다.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챔피언 자리를 뺏길 때까진 그 자리를 지킬 자격이 있다”고 했다. “리빌딩이라는 게 언제 끝날지 누가 알죠? 시카고 컵스는 42년째 리빌딩 중이잖아요. 사업적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수익성 있는 팀이 되도록 기반을 깔아준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는 시카고 경영진과 선수단의 갈등을 재조명한다. 10화에 걸쳐 소개되는 시카고 왕조의 역사와 조던의 일대기에서 가장 큰 긴장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시각은 공정이나 균형과 거리가 다소 있다. 조던의 회상을 축으로 복기하다 보니 선수단 쪽으로 치우친 면이 있다.


왼쪽부터 필 잭슨 감독, 제리 크라우스 단장, 데니스 로드먼[사진=넷플릭스 제공]

왼쪽부터 필 잭슨 감독, 제리 크라우스 단장, 데니스 로드먼[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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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릭 텔런더 시카고 선타임스 기자는 “그해 감돌았던 긴장은 대부분 크라우스 단장이 빚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조던 전기 ‘레어 에어’의 작가 마크 밴실(62)도 “크라우스 단장은 늘 남들보다 약자였다. 공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욕구를 자제하지 못했다”고 밝힌다. “우승의 공이 선수들이 아니라 구단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크라우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우승을 이끄는 건 선수와 코치뿐만 아니라 구단 전체다”라는 말이 와전돼 보도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조던은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우리도 선수 열다섯 명이 팀의 전부가 아니란 걸 알아요. 프런트에서 일하는 분들도 열심히 기여하고 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선수들이에요. 농구를 이렇게 생각하는 제게 크라우스의 발언은 불쾌하게 느껴졌죠.”

스코피 피펜(왼쪽)과 마이클 조던[사진=넷플릭스 제공]

스코피 피펜(왼쪽)과 마이클 조던[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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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가 1990년대 최고 프랜차이즈로 떠오른 건 우승과 조던 때문만이 아니다. 다른 구단들은 시카고 팬들이 팀과 농구에 보낸 열정과 후원 역시 부러워했다. 크라우스 단장은 시카고가 농구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은 저서 ‘I LOVE NBA’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비록 조던, 스코티 피펜(55) 등과 앙숙으로 지내며 시카고 왕조가 해체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선수 영입 및 매니지먼트 부분에서 불스 왕조가 완성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크라우스 단장은 남다른 결단력과 황소 같은 고집 때문에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들어야 했다. 그는 선수 출신도 아닌데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했다. 직접 자동차를 몰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기량 확인에 나서면서 생긴 능력이었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시간조차 아까워 운전하며 햄버거로 끼니를 때울 만큼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큰 키나 득점력보다 팀플레이에 적응할 수 있는 선수를 우선 선발했다. 피펜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크라우스 단장은 포츠마우스 토너먼트 경기에서 피펜을 처음 보고 그의 에이전트에게 “필요하면 하와이에라도 숨겨주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구단에서 재능을 알아볼까 봐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당시 시카고는 8순위 지명권이 있었다. 크라우스 단장은 6순위 지명권이 있는 세클라멘토 킹스가 피펜에 관심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자마자 시애틀 슈퍼소닉스와 거래를 강행했다. 8순위 지명권과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5순위 지명권을 받아왔다.


마이클 조던(왼쪽)과 필 잭슨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

마이클 조던(왼쪽)과 필 잭슨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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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스 단장이 많은 비판에 시달린 건 연봉 협상에서 보인 강경한 자세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조던과 높은 연봉에 장기 계약을 맺는 것조차 회의적이었다. 조던은 1990년대 후반부터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면서 필 잭슨(75) 감독과 피펜 등 핵심 멤버들의 잔류를 전제로 내걸었다. 그래서 경영진은 선수단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마다 시름에 빠져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동업자 관계였다. 특히 잭슨 감독의 탄탄대로는 크라우스 단장이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볼티모어 불리츠(워싱턴 위저즈의 전신)에서 일한 1967년 잭슨을 드래프트에서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람과 달리 잭슨은 뉴욕 닉스 유니폼을 입었다. 크라우스 단장은 잭슨이 현역에서 은퇴하고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감독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연락했다. NBA 코치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고, 1987~88시즌 덕 콜린스를 시카고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약속을 지켰다.


크라우스 단장은 소심하고 완고한 성격 탓에 선수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특히 피펜과는 낮은 연봉, 트레이드 구설수 등으로 최악까지 치달았다. 불화는 중간자인 잭슨 감독과 갈등으로 확대됐다. 그때마다 라인스도프 구단주는 융통성을 발휘하며 중재에 나섰다. 그는 ‘더 라스트 댄스’에서 리빌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이클 조던[사진=넷플릭스 제공]

마이클 조던[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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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우승하고 일이 너무 커져 버렸어요. 그때의 선수들을 다시 데려오는 건 구단에 치명적이었죠. 피펜, 스티브 커(55), 데니스 로드먼(59), 론 하퍼(56) 등의 가치가 너무 높아졌으니까요. 실제 가치보다 터무니없이 높아질 게 뻔했어요. 그래서 리빌딩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잭슨에게 다음 해에 감독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잭슨은 리빌딩이 싫다고 하더군요. 못하는 팀을 맡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그렇게 끝났어요. 자연스럽게. 만약 조던이 팔팔하고 계속할 의지가 있었다면 크라우스도 분명 또 다른 우승 후보팀을 1~2년 안에 만들려고 했을 거에요. 하지만 그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조던은 당시 구단에서 재계약을 제안했다면 당연히 응했을 거라고 말한다. 반면 잭슨 감독은 퇴장할 타이밍이었다고 떠올린다. “우수한 팀에서 잘 뛰며 좋은 시간을 보냈잖아요. 그러니 떠나야죠.” 시카고는 조던의 퇴장과 함께 왕조를 마감했다. 어쩌면 다행일지 모른다. 그토록 뜨겁게 열광한 팬들에게 스타들이 노쇠해 실망스럽게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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