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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학 등록금 반환, 집행유예를 바란다

최종수정 2020.07.02 12:30 기사입력 2020.07.0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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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이제 막 출구를 나온 대학 앞에 또 다른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이 등록금을 반환해달라고 한다. 대면수업보다 저렴한 원격수업으로 학기를 마쳤고, 그나마 한 원격수업은 부실했고, 대학 시설 등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원격수업이 부실했다는 평가에 대해 반추해본다. 논문 한 편 쓰지 못하면서 힘겹게 달려왔는데, 원격수업이 부실했다고 등록금을 반환하라니. 모든 원격수업이 부실했나, 과거에 부실한 대면수업은 없었나, 부실 수업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 등록금 반환 기준은 무엇인가 등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많다.

대면수업과 마찬가지로 원격수업도 부실했을 수 있다. 이번 학기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원격수업으로 대체됐기 때문에 불가피한 시행착오가 있었고 대면수업보다 원격수업이 더 부실했을 것이다.


부실 수업에 대한 대학의 대처가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부실한 수업에 대해서는 개선 요구, 담당 교수 교체, 과목 폐지 등의 조치가 필요했으나, 대학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이 일률적인 등록금 반환의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미증유의 고통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K방역도 수많은 시행착오의 산물이다. 대학에 대해서도 한 학기 정도는 기다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일견 비교되곤 하는 원격대학과 일반대학은 설립 기준이 다르다. 일반대학의 교수 확보 기준은 학생 25명당 1명이지만 원격대학은 200명당 1명이다. 교사면적은 일반대학의 3분의 1이고, 교지면적은 기준 자체가 없다. 수익용 기본재산 최소 기준은 300억원 대 35억원이다. 강좌당 학생 수도 다르다. 똑같은 원격수업이지만, 인건비가 더 많이 들다 보니 원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시론] 대학 등록금 반환, 집행유예를 바란다


대학 시설 등을 이용하지 못했으니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학 시설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용이 줄지 않는다. 시설 유지·관리비는 고정비용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시설 이용을 못 하게 한 책임은 대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등교를 막은 정부에 있다.


불출석으로 실험실습비나 학생지원경비를 모두 집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실험실습비 잉여분은 2학기에 집행하면 될 것이다. 학생지원경비 중 미집행 규모는 반환할 만큼 크지 않고, 필요하다면 2학기에 집행하거나 장학금 등으로 전용하면 된다.


사립대학 평균 교육비 환원율은 170% 남짓이다. 이 지표는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 이상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12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대학들은 등록금만으로 살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등록금마저 반환해야 한다면 적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대학 등록금을 반환하게 된다면 정부의 세금 투입은 당연하다. 정부가 사기업도 지원하는 마당에 국가의 감독을 받는 공교육기관인 사립대학을 지원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겠으나, 부실 수업 논란에 대한 책임은 대학에 있으므로 정부가 아니라 대학과 학생이 우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다만 대학 시설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 책임은 정부에 있으므로 일부는 정부가 학생들에게 직접 지원할 여지가 있다. 등록금 반환과 관계없이 코로나19 극복 차원에서 등록금 동결과 정원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사립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지금은 등록금 반환 논란을 접고 2학기 원격수업 상황에 대비해 부실 수업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때다. 아울러 대학들은 등록금뿐만 아니라 교수 인사, 학사 등 제도 개선과 교수-학습 방법의 변화는 물론 대학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도 재검토해야 한다.


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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