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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사람들 죄 밝혀줘" 굶기고 때리고…체육계, 끔찍한 가혹 행위 못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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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잇단 성폭력·폭력 문제...대책 마련 시급
대한체육회 "즉시 조사 착수…엄중한 조치 취할 것"
전문가 "스포츠계 내부의 권위적이고 도제적인 시스템 문제"

지난 6월26일 세상을 떠난 A 선수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26일 세상을 떠난 A 선수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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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 지도자 등의 가혹행위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해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의 폭로로 체육계 성폭력·폭력 문제가 떠올랐던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계속되는 체육계 폭행 사건은 스포츠계 내부의 권위적이고 도제적인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일 봅슬레이·스켈레톤 감독 출신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로 뛰었던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선수는 가혹 행위와 관련해 대한체육회에 진정하고 경찰에 고소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YTN는 최 선수의 전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 선수 및 관계자들이 최 선수에 가혹행위를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최 선수에게 "운동을 두 탕하고 밥 한 끼도 안 먹었는데 살이 쪘다", "잘못했으니 3일 굶어라" 등 폭언을 하는가 하면, "이빨을 깨물라"라고 말한 뒤 폭행을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최 선수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등 어느 곳에서도 최숙현 선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최숙현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를 비롯한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지난 2018년 9월12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를 비롯한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지난 2018년 9월12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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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내 구타 등 가혹행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월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행당했다고 폭로한 데에 이어 성폭행 피해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체육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당시 심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4년간 조 전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일반 등록 선수와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 26.1%와 2.7%,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각 3.7%와 1.7%로 나타났다. 이는 선수들이 지도자나 선배, 동료의 (성)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심 선수의 용기 덕분에 정부와 정치권에선 체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으로 전수조사, 처벌강화, 신고센터 운영 등을 쏟아냈으나 문제는 지속했다.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입수한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신고·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4~2018년 사이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 113건 가운데 징계 처분은 65%에 그쳤다.


이 중 '영구제명'이나 '자격정지 5년 이상' 등 중징계는 각각 9.7%(11건), 7.1%(8건)에 불과했다. 특히 절반 수준인 47.8%(54건)는 '경고·견책·근신' 등 비교적 가벼운 징계에 머물렀다. 또 3.5%(4건)는 '무혐의'나 '징계 없음'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폭력·성폭력을 저질러 징계를 받은 감독이 다시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8년 10월 대한체육회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체육 종목 단체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내려진 총 860건(폭행·성폭력 관련 111건 포함)의 사례 가운데 징계 기간에 가해자가 복직 또는 재취업을 한 경우는 24건, 징계가 끝난 뒤 복직 또는 재취업을 한 사례는 299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일반 등록 선수와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 26.1%와 2.7%,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각 3.7%와 1.7%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일반 등록 선수와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 26.1%와 2.7%,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각 3.7%와 1.7%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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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해자 처벌 강화뿐 아니라 피해자 구제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체육계의 수직적인 권력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는 성적지상주의라고 비판했다.


안호림 인천대 교수는 YTN '열린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체육계는 운동선수들이 지도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 이른바 '슈퍼 을'인 구조"라며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다른 대안이 없다. 그런데 성적과 진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지도자이다. (이 때문에) 부적절한 일을 당해도 대항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성적지상주의"라면서 "결과만 중시하는 분위기가 이 모든 일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라고 체육계의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가 지난 4월8일 최숙현 선수로부터 폭력 신고를 접수했고 피해자의 연령과 성별을 감안, 여성 조사관을 배정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은 경주경찰서의 조사가 마무리돼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 송치됐다. 지난달 1일 대구지검으로 사건이 이첩돼 현재는 대구지검에서 조사 중"이라며 "체육회는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여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9일 예정된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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