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앞으로 화재 등 재난 상황이 발생해 내가 가입된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문자, 통화가 끊기는 일은 없다. 이통 3사의 재난 로밍 시스템 덕분이다.
◆"어떻게 하나" 시연 보니=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 3사는 지난 25일 오후 개최한 '재난 로밍 시연 행사'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선보이기 위해 이통3사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 기지국에 재난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했다.
먼저 KT,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전화를 인위적으로 통화권 이탈 상태로 전환하자, 해당 단말기는 안테나가 잡히지 않고 각각 '제한구역서비스', '긴급통화만 가능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직후 SK텔레콤 분당 사옥 기지국에서 재난 통신사의 사업자식별번호(PLMN; Public Land Mobile Network)를 송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자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불통상태였던 KT,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전화 단말기 하단에 'SK텔레콤' 통신사의 이름이 노출됐다. 이용자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자동으로 SK텔레콤의 망에 접속된 것이다. 곧바로 단말기 상단 상태 표시줄에 LTE 표시가 뜨고 신호 세기를 표시하는 막대기가 최대치로 올라왔다.
시연행사에 참석한 장석영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KT가입자의 시험 단말기로 KT관제센터와 직접 통화에 나섰다. 장 차관이 "잘 들리냐"고 묻자 KT관제센터에서는 "깨끗하게 잘 들린다"고 답했다. 장 차관은 "신기하다"며 "지금 KT망에 접속한 게 아닌 것 같은데"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간 3사가 경쟁을 많이 했는데 오늘 로밍 시험을 같이 하는 것을 보니 협업하는 기회를 마련한 것 같다"면서 "재난이 발생하면 안되겠지만 재난 발생 시 국민들의 통신 이용에 지장이없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이날 KT,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전화로 타사 기지국에 접속한 상태에서 전화통화는 물론, 피자 배달 주문을 위한 카드 결제, 카카오톡 채팅 등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3G는 유심 개통·착신전환 거쳐야 가능=이통3사는 각 사별로 약 100만 회선을 수용할 수 있는 재난로밍 전용망을 구축했다. 통신 재난으로 '경계' 이상의 위기 경보가 발령될 경우 해당 사업자가 과기정통부에 로밍 허용을 요청하게 된다.
4G(LTE)ㆍ5G 이용자는 별다른 조치없이 해외 로밍하듯 다른 통신사의 4G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3G의 경우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 재난이 발생하지 않은 통신사의 대리점에서 유심(USIM)을 개통하고 착신전환 서비스를 적용해야만 기존 번호로 착신되는 전화를 수신할 수 있다. 이후 재난 발생 통신사에 유심비용과 재난기간동안 사용한 요금을 신청하면 사후에 보상받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을 기준으로 한 국내 3G 가입자 수는 689만7167명이다.
재난 로밍으로 타 통신사 망에 접속해도 통화, 문자,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 데이터의 경우 약 100킬로비피에스(Kbps)의 속도로 속도제어(QoS)가 이뤄지지만 카카오톡 등으로 대화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재난 상황에서 통화량, 트래픽이 폭증할 수 있어 속도 제어를 한 것"이라며 "무제한 제공시 오히려 더 부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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