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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주식 양도세 대폭 인상하는데…정부는 왜 증세 아니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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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제 개편내용 발표 후 시장은 부글부글

[정부는 왜] 주식 양도세 대폭 인상하는데…정부는 왜 증세 아니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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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최근 주식거래에 따른 양도소득 세율을 대폭 높여 세제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시장은 증세 논란으로 뜨겁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기존의 증권거래세는(세율은 낮췄지만) 유지하면서, '0%'이던 양도세는 갑자기 생겨나 투자소득의 20%를 떼어줘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부는 '증세'가 아니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지난 25일 정부는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합리화를 위한 금융세제 선진화'를 발표하고, 오는 2023년부터 연간 2000만원이 넘는 주식투자 소득을 얻는 투자자에게 20% 세율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투자소득이 3억원을 넘어가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많은 소득에는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는 과세의 대원칙이 적용되는 셈이다. 동시에 상장주식 기준 0.25%로 증권사를 통해서 원천징수 돼 오던 거래세는 (장외거래 상장·비상장 주식의 경우 0.45%) 내년 0.23%로 0.02%포인트, 2023년에는 0.08%포인트를 추가인하해 0.15%로 낮춘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상기된 두 가지다. 안내던 세금은 갑자기 20%의 '폭탄세율'로 부과했으면서, 거래세는 어째서 '찔끔' 인하하냐는 것. 일각에서는 이중과세이므로 거래세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다르다. 일단 이번 발표에 나서면서 정부는 '선진화'를 내세웠다. 주요 금융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거래세는 인하 또는 폐지하고,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는 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특히 현행 세제는 소액주주나 채권 및 장외파생상품 등 비과세 범위가 넓어 수평적 불평등을, 또 투자소득이 많을수록 조세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직적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지수가 전날 2%대 급락을 딛고 상승 출발한 26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코스피 지수가 전날 2%대 급락을 딛고 상승 출발한 26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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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부는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한 과세를 전혀 할 수 없게 된다는 데에서 거래세 '폐지'가 아닌 '인하'를 결정한 이유를 찾았다. 소위 '단타'라고 불리는 고빈도 매매 등을 통한 시장 왜곡에 대응할 만한 수단으로도 거래세를 내세웠다. 이번 세제개편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했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도 거래세를 폐지하면 고빈도 매매, 단기투자가 확대될 우려가 있어 거래세·양도세를 병행 운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를 원천징수 하는 과정에서 잠정 원천징수세액을 제외한 금액만 인출할 수 있도록 돈을 묶기로 한 데 대해 일부 단타 투자자들이 현금 회전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부는 '단타 투자' 자체를 어차피 대응 또는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거래세를 인하해 줄어드는 세입과 양도세를 부과해 추가되는 세입을 통산하면 사실상 '0'에 수렴할 것이라는 예측도 증세가 아니라는 정부 논리의 근거로 활용됐다. 정부가 활용 가능한 데이터와 통계로 추산한 결과 양도차익 2000만원 초과 투자자에게 과세를 할 경우 실제 이 세금을 낼 투자자는 전체 개인투자자(약 600만명)의 5% 수준인 30만명 정도다. 반대로 95%(570만명)는 양도세도 내지 않으면서 그간 부과 받던 거래세는 오히려 덜 내도 되니 입출을 더하면 '증세'라고 할 만큼 유의미한 세금이 걷히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주식투자를 하면서 2000만원 넘게 버는 투자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거래세를 완전 폐지하고, 2000만원의 공제까지 없앤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증세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를 통해 2000만원 넘게 버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주식에서 4000만원을 번 투자자 A씨의 상황을 가정하면 법개정 전 거래세 35만원만 내던 것에서 양도소득세 400만원에 거래세 21만원, 총 421만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35만원에서 421만원으로 증가율은 1102.8%에 달한다. A씨 입장에서는 증세가 분명하다며 분개할 만 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기재부는 조만간 정부입법으로 현재 과세표준 구간별로 0.5~3.2%인 종합부동산세율을 0.6~4.0% 높여 부과키로 했다. 1주택자는 0.1~0.3%포인트로 인상률이 미미한 편이지만 3주택 이상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최대 0.8%포인트가 올라간다.


그동안 많이 번 만큼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으니 이제라도 정상화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과, 손실 위험을 스스로 감당하고 기회를 찾아 발품을 파는 과정에서 정부가 과세할 만큼 내게 대체 어떤 도움을 줬느냐고 묻고 싶은 투자자들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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