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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아세안 :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 글로벌 공급망의 대안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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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주아세안 대사

임성남 주아세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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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이제 세계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재고의 최적화와 비용의 최소화를 지향했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게 됐다. 베를린 장벽과 소련의 붕괴 이후 1990년대 이래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글로벌 분업의 황금기가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그 징후는 이미 지난해부터 있었다. 미ㆍ중 무역전쟁과 기술패권 다툼으로 국제 무역 환경의 변화가 촉발됐다. 그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공급망 문제가 부각됐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2월 초 중국의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의 우리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이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곳이 바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생산라인의 베트남과 태국 이전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일본도 아세안을 포함하는 제3의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기업들에 대해 22억달러의 보조금을 책정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세안 중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새로운 생산 기지를 육성해왔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아세안은 많은 장점이 있다. 풍부한 노동력과 유리한 지리적 입지를 가진 아세안은 그 자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인구 6억5000만명에 평균 연령이 약 30세이고 또 중산층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어 스마트폰, 핀테크(금융+기술)와 같은 디지털 경제에의 적응 속도도 빠르고 구매력도 늘고 있다. 2050년이면 아세안이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부상한다는 전망도 고무적이다.


아세안 역시 현 상황을 글로벌 제조업 투자유치의 적기로 보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달 초 3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제조업 세금감면, 금융지원, 임금보조, 법인설립 신속허가 등의 혜택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2월 상정된 일자리, 조세, 수도 이전, 환경 분야 개혁법안인 소위 '옴니버스 법안'이 심의 중이고, 중국에서 이전하는 기업들을 위해 산업단지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도 최근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법인세 감면을 골자로 하는 'CREATE 법안'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아세안 각국의 움직임은 다국적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어느 기업이든 이윤 극대화에 기여해온 기존 글로벌 공급망을 하루아침에 재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을 세심하게 읽으면서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우 산업정책의 핵심이 5G, 인공지능(AI), 배터리, 태양광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은 오랫동안 우리의 시각이 한반도 주변에만 제한되어 온 데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는 우리와 아세안의 관계를 증진하는 위기 속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19 창궐 직전인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신의 한 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상들 간에 합의된 한-아세안 산업협력기구, 과학기술협력센터, 표준화공동연구센터 등은 글로벌 공급망의 전환기에 우리 기업과 아세안의 상생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전략과 노력 여하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의 대안으로서 한-아세안 간에 지역적 공급망(Regional Supply Chain)의 사례를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그러한 대안의 실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고, 정부로서도 그 심지를 더욱 굵고 단단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다.


<임성남 주아세안 대사>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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