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병원에서 약국으로 전자처방전을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온 A사는 2015년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올해 3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무려 4년8개월. 그러는 사이 높은 효용성으로 각광받던 A사의 서비스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3년 전 검찰 고발로 빅데이터 활용 사업을 중단한 B사도 최근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ㆍ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시행을 계기로 사업 재개를 검토했다가 결국 포기했다. 법적 분쟁에 또 휘말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 경제의 포문을 열 것으로 기대됐던 데이터3법 시행일(8월5일)이 불과 50일도 남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행령에서 데이터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이 법적 분쟁을 피해갈 수 있도록 구체적 사례를 담은 가이드라인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서다.
빅데이터 사업을 준비하는 대기업 관계자는 "데이터 결합을 통한 신사업이 해외에서는 현실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ICT 강국인 한국이 '데이터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는 일침이다. 일찌감치 '미래의 석유'인 데이터 경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 중국 등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규제에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의 불일치한 규정들, 시행령 하위법령이 데이터 활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국내 기업들이 발목 잡힌 사이 세계 경제의 패권은 데이터 경제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시장은 2017년 1508억달러에서 2020년 21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경제학자들은 데이터 활용을 통해 효율성이 1% 높아질 경우 2030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15조달러가 추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ICT 강국이라는 한국의 데이터 교역 수준은 경제 규모에 한참 못 미친다. 매킨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데이터 교역 순위는 44위로 같은 해 상품ㆍ서비스 교역 순위(7위)와 큰 격차를 보였다. 빅데이터기업을 운영 중인 조광현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은 "(데이터3법이) 또 하나의 규제법이 돼선 안 된다"며 "관련 규제가 전무한 미국, 중국처럼 현행 규제와 신기술 간 괴리를 과감하게 타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비트코인 500원일 때 5000만원 투자한 남친"…현...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