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 시각…북미대화 장기 교착상태
북한, 제재완화 좌절 강경행보…개성공단 완전철거 등 수순

북한이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등 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한 17일 경기 파주 통일대교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파주=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사실상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국내외 전문가들은 당분간 남한과 미국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북ㆍ미 관계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제재 완화, 인도적 지원 등 조기에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좌절이 북한의 행보를 강경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긴장감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 협상에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한국은 물론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와 대화하지 않고 이전의 무력도발 수순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빅터 차 한국석좌는 "북한은 대북 전단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지만 이것은 주된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은 지금부터 미국 대선 때까지 협상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한국과 미국을 향한 지분을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끌어내지 못한 한국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에 대한 보복 이후에는 이른바 '레버리지 전략' 차원에서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 대한 강경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어떤 제재 완화도 얻어내지 못한 북한은 특히 한국에 불만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긴장은 계속 고조될 것이고, 북한은 비무장지대(DMZ)에 군대를 이동시킬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북한의 강경 행보의 배경으로 북ㆍ미대화 공백과 실질적 제재완화 조치 부재를 꼽으면서 갈수록 보복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상당기간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지 않을 것임을 이번 폭파 행동으로 명확히 표시했다"면서 "분단 이후 최악의 남북관계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개성공단의 완전 철거와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북한은 곧바로 신속하게 개성공단의 완전 철거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김여정의 지난 4일 담화 발표 이후 한국정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 단체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북관계를 냉전시대의 적대적 관계로 되돌리겠다는 입장을 이처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강경행보는 갈수록 거세지고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연속적 행동'으로 갈 것이고, 비무장지대(DMZ)의 요새화(무장화), 대남삐라 맞불 등으로 군사합의 파기로 가는 가속페달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북한의 대남 공세 '속도전'을 볼 때 다음 순서로는 지난 4일 언급한 9ㆍ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본 등 외신들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과 협상 교착상태에서 한미 양측을 압박하기 위해 강경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미국의 시선을 끌기 위한 차원이며 새로운 양보를 얻어 내기 위해 다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역시 연락사무소 폭파를 '세심하게 연출된 매우 상징적 분노'라고 해석하며 2018년 이후 가장 도발적 행위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은 북한의 압박 수단은 여러가지라면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TY는 북한이 남북 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진출할 것을 예고했다면서 한국과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북한은 한국을 압박할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서 금강산 관광단지 철거를 포함해 금강산 지역 군사 배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언급했다.
일본 언론도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융화 정책에 타격을 입히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나아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흔들기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북한의 식량과 물자 부족이 심각해 지면서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겨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점도 도발의 배경이라고 봤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자신의 치적으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