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정지선을 지킵시다" 도로 위 양심, 안녕하신가요 [한기자가 간다]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신호 꼬리물기 등 이유로 정지선 위반
횡단보도 보행자 통행방해 교통사고 위험까지

15일 오후 서울 번화가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한 차량이 침범해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15일 오후 서울 번화가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한 차량이 침범해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횡단보도 건널 때 불편하고, 어떨 때는 욕도 한다니까요!"


15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 인근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일부 차량이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무엇보다 차량이 정지선을 넘어서 횡단보도까지 넘어오면, 통행 방해는 물론 교통사고 위험까지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로 정지선을 지키지 않고 휭단보도까지 침범하는 차량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늘고 있다. 일부 차량은 아예 횡단보도 중간까지 치고 올라와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은 밀려 올라온 차량 사이를 피해 지나가느라 정신이 없다. 유모차를 대동한 임산부의 경우 차량을 피해가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날 기자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거리와 또 다른 번화가에서 30분 동안 정지선 위반 여부 차량을 지켜본 결과, 해당 시간 동안 정지선을 넘는 차량은 배달 오토바이까지 포함해 5대에 달했다. 일부 차량은 횡단보도 정차 상황에서 뒤로 빠지는 모습도 보였지만, 아예 대놓고 보란 듯이 비키지 않는 차량도 있었다.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차량은 횡단보도 정지선 앞에서 일시 정지해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줘선 안 된다는 보호의무가 있다. 적발되면 승용차 기준 6만원의 범칙금을 물고 벌점 10점을 받는다.


정지선 위반 기준은 차체의 침범 정도다. 차량 바퀴를 위반 기준으로 하면 차체가 횡단보도를 침범해 보행권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것을 넘어, 아예 횡단보도 중간에 정차하고 있는 차량.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도로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것을 넘어, 아예 횡단보도 중간에 정차하고 있는 차량.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벌칙 규정에도 정지선 위반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횡단보도 정지선 단속이 시행되는 첫 날, 5천여 명의 경찰이 투입되어 단속하자 하루 만에 1622대의 차량이 정지선 위반으로 단속에 걸리기도 했다.


차량이 정지선을 물고 정차하고 있는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A 씨는 "정지선은 솔직히 단속하면 지키고, 아니면 그만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지선 위반이 왜 문제가 되느냐면 아이들의 경우 횡단보도에서 바로 튀어 나간다. 이 때문에 정지선을 지키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는 "(정지선 위반은) 교통법규 위반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폐쇄회로(CC)TV도 있고 시민들이 사진으로 찍어 신고도 하는데, 왜 자꾸 정지선을 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운전자들도 할 말은 있다. 영업직에 종사하는 30대 중반 C 씨는 "잘못이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다. 100% 운전자들이 잘못했는데, 그게 바쁘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제가 볼 때 그냥 습관의 문제다. 예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말을 해도 법 위반이니까 잘못이다"라고 덧붙였다.


차량 전체가 정지선 밖으로 나와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차량 전체가 정지선 밖으로 나와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


정지선을 넘는 상황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신호 꼬리물기다. 신호가 바뀔 때 무리하게 붙어 운행하다, 신호에 걸리면 정지선 위반은 물론 아예 횡단보도 중간에 정차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교통체증 유발 원인은 물론, 사고 위험까지 있어 경찰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비양심 운전자들의 경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50대 택시기사는 이 같은 운전 상황을 두고 처음에 운전을 배울 때 잘못 배웠거나, 자신의 인격이 그대로 운전에 반영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기사는 "처음에 운전 교육을 받을 때 운전 습관이 잘못 들었을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 빨리 (운전) 교정을 하지 않으면 잘 고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게 아니라면 그냥 본인 성격에서 비롯한 운전습관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배달 오토바이들의 질주도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오토바이가 무리하게 진입, 안전에 위협을 느꼈다고 밝힌 40대 직장인은 "배달 업종의 특성상 바쁜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신호는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무법질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철저한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 교통경찰은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안전과 직결된 공간이다"라면서 "시민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정지선 위반 등 교통위반에 대해 더욱 더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내년 의대 증원, 최대 '1500명선'…법원 제동에 "성실히 근거 제출할 것"(종합) "너무 하얘 장어인줄 알았어요"…제주 고깃집발 '나도 당했다' 확산 전국 32개 의대 모집인원 확정…1550명 안팎 증원

    #국내이슈

  •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이재용, 바티칸서 교황 만났다…'삼성 전광판' 답례 차원인 듯 피벗 지연예고에도 "금리 인상 없을 것"…예상보다 '비둘기' 파월(종합)

    #해외이슈

  •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 연휴 앞두고 '해외로!'

    #포토PICK

  •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현대차, 美 하이브리드 月 판매 1만대 돌파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CAR라이프

  •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