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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예술인을 위한 저작권 담보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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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예술인을 위한 저작권 담보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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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돈이 필요하던 젊은 조용필은 레코드사와 음반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기 곡인 '창밖의 여자' '고추잠자리' 등 31곡의 복제권과 배포권을 양도했다. 그로 인해 대표 곡의 저작권이 모두 음반사에 넘어갔다. 나중에 이를 인지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법원이 공정한 계약이라고 판결해 결국 패소했다. 조용필 측은 법정 공방에서 "곤궁한 처지에 있는 가수나 작곡가는 향후 자신의 창작물이 여러 파생 상품을 낳을 것을 알지 못하고 급하게 계약하여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당시 저작권 등과 같은 지식재산권(IP)을 담보로 은행에서 필요한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일반적으로 담보는 부동산과 같은 물적담보 등을 맡기고 돈을 융자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IP 담보는 특허, 상표, 저작권 등을 금전채무의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을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것으로 부동산 자산 등의 여력이 부족한 기술집약적인 중소·벤처기업이나 창의적인 문화예술인 등에게 사업화 자금을 조달해줄 수 있는 유용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IP 담보에 대한 법적 기반은 이미 특허법, 상표법, 저작권법 등에 있지만 그간 금융 실무에 정착되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6월10일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사업자가 보유한 동산, 채권 및 IP를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과 등기에 관한 사항들을 공시하고 사업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틀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현재 IP 담보는 '특허권'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2013년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이 특허 담보 대출 관련 상품을 출시했고, 지금은 시중은행에서도 IP 담보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허청은 17개 특허평가기관을 육성해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이 보유한 특허, 상표 등에 대해 가치평가를 할 수 있도록 비용의 일부(50~90%)를 지원하는 정책 등을 시행해 특허 담보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기반을 마련했다.


저작권 분야에서도 담보 대출이 시행되고 있다. 2008년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기업은행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저작권 사용료분배청구권에 대한 담보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2016년 1월에는 가수 강인원이 자신의 노래 151곡의 저작권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저작권 담보 제도는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특허권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저작권에 대한 가치평가 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의 영역에 있는 특허권보다 저작권에 대한 가치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 부족과 정책적 미비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게임·방송·영화·애니메이션·공연(뮤지컬) 등 5개 장르에 대한 투자용 콘텐츠에 대해서는 가치평가 서비스가 제공되나 저작권은 그렇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2020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은 한국 영화 100년의 저력을 보여주는 쾌거"라며 "우리 문화는 세계가 찬탄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예술인의 생활 안정과 창작을 지원하기 위해 그간 예술 활동 증명을 완료한 예술인에게 지원하던 창작준비금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생활안정자금 융자 서비스도 신설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프리랜서 예술인을 고용보험 대상에 추가한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20대 국회를 통과해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도 도입된다.

그러나 예술인 지원책에 저작권 담보 제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높은 금리로 융자를 하는 형태가 여전히 존재한다. 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조속히 정착돼 더욱 안정된 여건에서 창작 활동을 영위할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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