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3척이상, 극지방 군기지 4곳 신설 계획 공식화
트럼프, 극지방 국익 각서 서명
러 보유 쇄빙선 미국 9배...알래스카 방어 위협
중국도 '빙상 실크로드' 선포 이후 북극진출 본격화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 정부가 대형 쇄빙선 건조와 극지방 군사기지 건설을 공식화했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 규모의 쇄빙선 함대를 보유하고 북극 전역에 군사기지를 설치한 데 이어 중국이 북극해에 '빙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며 진출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미국도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강대국의 신냉전이 극지방 쟁탈전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미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극 및 남극지역의 국익 보호를 위한 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각서는 핵추진 쇄빙선을 포함해 대형 쇄빙선을 최소 3척 이상 건조, 미국의 극지방 함대 역량을 강화하고 알래스카 등 극지방에 총 4곳의 군사기지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 정부가 극지방 군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구체적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계획에는 미 국무부와 국방부, 에너지부, 상공부, 국토안보부 등이 함께 참여하는데 각 부처는 앞으로 두 달 이내에 세부 계획을 세워 2029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미국이 극지방의 군사 전력을 크게 강화하기로 방침을 세운 배경에는 러시아의 북극지역 군사력 강화와 맞물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USCG)가 집계한 러시아의 보유 쇄빙선 숫자는 46척으로 미국(5척)보다 9배 이상 많다. 러시아는 2015년부터 북극사령부를 개설하고 북극지역에 15개 대형 군사기지를 설치한 데 이어 만재 배수량 3만t급의 초대형 핵추진 쇄빙선 등 수십 척의 쇄빙선을 건조했다. 반면 미국은 알래스카주를 포함해 극지방에 대형 군사기지가 전무하다. 건조 중인 신형 쇄빙선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극지방의 환경 보호를 이유로 보유 쇄빙선 7척 중 노후한 배들을 퇴역시켰고 신규 건조 계획도 모두 철회한 바 있다. 극지방 안보를 담당하던 해군 제2함대도 해체했다. 이런 분위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180도 달라졌다. 러시아의 극지방 전력 강화가 실질적 위협으로 떠오르면서 2018년 제2함대가 다시 재편성됐고 쇄빙선 충원 논의도 본격화됐다.
미 국방부는 지구 온난화로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사이에 놓인 베링해협의 빙하가 최대 6주 이상 해빙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하며 알래스카의 안보를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빙하가 얇아지면서 알래스카 해안 일대까지 러시아의 핵추진 잠수함들이 활동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해안경비대에서는 영토 방어를 위해 알래스카에 대공미사일기지 설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북극을 노리는 것은 안보 외에 막대한 지하자원도 큰 이유로 꼽힌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는 북극 일대에 매장된 석유는 약 900억배럴로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15%, 천연가스는 1670조㎥로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각각 추정했다. 특히 주요 자원 매장지로 알려진 곳은 미국과 러시아 간 북극해에서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충돌하는 지역이다.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또한 북극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인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중국이 그린란드를 두고 치열한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중국 정부는 국영은행 자금을 통해 그린란드 자치 정부의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에 5억달러의 자금을 대주는 대신 그린란드 해안 일대에 탐사기지 등을 설치하려 했다가 미국의 견제로 무산됐다. 같은 해 8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덴마크 정부에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북극정책 백서를 내고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과 북극, 유럽을 잇는 빙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로부터 선박용 소형 원자로 기술을 이전받아 핵추진 쇄빙선을 건조했다. 북극의 자원뿐 아니라 북극 항로를 선제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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