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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누가 들어올까 봐 숨죽여요" 공용 화장실, 여성들 '불안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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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장치도 없는 남녀 공용 화장실, 아예 안 쓴다"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누가 있는지 확인"
불법촬영…7년 사이 4배 늘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

8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상가 건물 남녀 공용 화장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8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상가 건물 남녀 공용 화장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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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남녀 공용 화장실에 갈 때면 꼭 누가 있는지 확인해요. 불안하잖아요.", "남녀 같이 쓰는 화장실이면 애초에 안 가요."


최근 KBS 서울 여의도 사옥 연구동 내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용 카메라(일명 몰래카메라)가 발견돼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화장실 이용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함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남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남녀 공용 화장실의 경우 아예 출입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경계심을 드러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일대 한 상가 내부 화장실은 남녀 분리 화장실이 아닌 공용 화장실이었다. 이 상가에 있는 화장실은 대부분 안에서 잠기지 않았다.


화장실 내부는 남성용 소변기와 남성용 칸, 여성용 칸으로 구분된 경우가 많았다. 일부 화장실은 안에서 잠금장치를 걸 수 있었고 좌변기 하나만 설치돼 있어 1인씩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공용 화장실 앞에서 만난 여성 이 모(33)씨는 "되도록 공용화장실은 이용하지 않는데 급할 땐 어쩔 수 없이 이용한다"며 "안에서 문을 걸어 잠글 수 없는 경우에는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건 필수"라면서 "누가 있으면 아무리 다인용 시설이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불안함을 토로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상가 건물의 남녀 공용 화장실. 화장실 문 앞에는 범죄 예방을 위해 수시로 순찰을 시행한다는 문구가 붙어있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상가 건물의 남녀 공용 화장실. 화장실 문 앞에는 범죄 예방을 위해 수시로 순찰을 시행한다는 문구가 붙어있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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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불안감에도 몰래카메라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유포 범죄(성폭력처벌법 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지난 2011년 1523건에서 2018년 6470건으로 늘었다. 7년 사이 4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전한 공중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점으로 '남녀 화장실 분리'가 꼽히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전국아동여성안전네트워크가 시민 1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거리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도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공중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에 남녀 화장실 분리(40.5%)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이어 '화장실 범죄 가중처벌'(23.3%), '폐쇄회로(CC)TV설치' 23.3%, '비상벨 설치' 23.3%, '경찰 순찰선 지정'(9.1%) 순이었다.


황인자 전국아동여성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화장실이 분리되면 여성용 공간에는 남성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고 만약 침입할 경우 주거침입죄 성립이 가능해 가중처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화장실 성별 분리를 가장 시급한 선결 과제로 본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공용 화장실 이용으로 범죄에 노출 되는 것은 아닌지 극심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직장인 여성 함 모(27)씨는 "이전엔 별 의심 없이 남녀 공용화장실을 이용했었는데, 한 남성이 화장실 칸 위에서 안에 있는 나를 쳐다본 일을 겪고 난 뒤로는 절대 이용하지 않는다"며 "부득이하게 친구가 이용할 때도 따라가 줄 정도로 불안함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안양 한 남녀 공용 화장실에 붙은 불법촬영카메라 근절 안내문. 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경기도 안양 한 남녀 공용 화장실에 붙은 불법촬영카메라 근절 안내문. 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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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안양의 한 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건물 카페 직원 한 모(25)씨는 "주변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용 카메라가 발견됐다고 한 후로 나와 먼 얘기가 아니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며 "일하다가 급할 때는 5분 거리를 뛰어 백화점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한 씨는 "몰카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나사 모양도 있다는데 어디에 어떻게 설치됐을 줄 알고 마음 놓고 이용하겠냐"며 "몰카 방지 예방 문구만으론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화장실을 이용하는 도중 남성이 들어오면 칸막이 밖을 나가지 못한다는 여성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화장실 밖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듣고, 남성인지 여성인지 짐작하고 나가든지 기다리든지 한다"며 "혹여나 남성이 들어오면 남성이 나갈 때까지 숨을 죽이고 칸 안에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녀같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인데 왜 여성은 이용에 불안함을 느끼고 화장실을 찾아다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법 촬영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든, 칸을 철저히 분리하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음식점 내부 공용화장실 내부.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음식점 내부 공용화장실 내부.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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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장치가 없어 화장실 안에서 남녀가 마주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용 소변기는 가림막 없이 설치돼 있어 남녀 모두가 민망한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직장인 여성 이 모(28)씨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소변기를 이용하는 남성과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게 되는데 서로 민망해하는 게 느껴진다"며 "문이라도 잠글 수 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면 법적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따르면 범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 2011~2016년 불법촬영죄로 기소된 사건의 1심 판결문 1866건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약 5%였다. 벌금형이 72%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집행유예는 15%, 선고유예가 7%로 집계됐다.


전문가는 정부의 지속한 관심을 당부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남녀 공용화장실의 경우 여자화장실보다 불법 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하기가 쉽다"며 "때문에 여성들이 큰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화장실을 분리하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층별로 나눠 짝수층은 여성 홀수층은 남성이 이용하도록 구분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개인, 기관, 사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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