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오래 묵은 앨범, 일기장이 없어진 느낌이다. 낡은 집이긴 했지만 삼성 투자도 받고 리모델링할 줄 알고 기다렸다."
싸이월드가 폐업처리되면서 이용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도 로그인 오류 상태다. 일부 고객은 "몇년 전부터 고객센터에 메일 보내놔도 답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싸이월드 사진백업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은 1036명이 동참했고, 이달 3일에는 "싸이월드 심폐소생을 도와달라"는 새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개 민간기업이 서비스 중지다. 이용자들이 미리 대처했어야 한다"는 반박도 있지만 싸이월드가 책임을 벗을 순 없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접속 차단 당시 '폐업설'이 돌긴 했지만 사업 종료에 대한 싸이월드측의 공식적인 해명은 없었다. 이용자들 상당수가 로그인 오류로 사진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싸이월드는 최전성기 3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했고, 월 접속자가 2000만명에 달하는 '토종 SNS'였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현재 인기SNS의 월평균 접속자수가 1000만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준비되지 않은 서비스 종료로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싸이월드 논란은 '관리 사각지대'라는 측면에서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준비되지 않은 플랫폼 사업 종료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모두,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이탈에 별다른 조건과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민감한 개인DB를 '제 3자'가 가져와 복구하기도 어렵다. 가입자 기반의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 종료에 있어서도 이용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인 것이다.
싸이월드 자체의 회생과 정상화 노력, 부처의 이용자보호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서비스 종료가 안정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낡고 오래된 집이라도 정들어서, 떠나지 못하고 끝까지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별통보를 할 수 있냐"는 싸이월드 유저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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