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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제 당당히 호랑이굴로 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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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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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에다 한국을 포함해서 4개국을 추가한 G11 정상회의 참석 초청에 화답했다.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처럼 한국이 세계를 이끄는 리더국가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이다. G11이 실제로 만들어지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를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최상위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여하게 된다. 국제무대에서 우리 목소리를 확실하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G11회의에서 방역과 경제 논의에 기여하겠다고 했는데 맞춤형 역할이다. 참여국들이 한국에 듣고 싶은 것은 방역 경험이다. 단 K방역을 넘어 인간안보 협력, 포스트 코로나 경제사회 회복 등 종합 패키지 K모델을 제안하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무엇보다 G11 참여는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준다. 대부분 참여국들이 내키지 않아 할 때 문 대통령은 흔쾌히 참석하기로 했다. 당장엔 트럼프의 문 대통령에 대한 호감이 상승한다. 트럼프 이전 그 어떤 미 행정부도 트럼프처럼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우리의 대북정책을 어떤 식으로든 추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자기가 세운 기존 질서를 '헤쳐모여'하고 있다. 이전에는 그래도 형식이나마 '같이' 참여하는 모습이었지만 향후 트럼프식 신질서는 질적으로 다르다. G11을 포함, 앞으로 많은 거버넌스들이 철저히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에 의거해 미국을 '따라야만 하는' 조직이 된다.


G11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배제이다. 인도ㆍ태평양전략의 경제판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방역판 쿼드플러스(QUAD+)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2018년 무역전쟁에서 혼자 중국을 상대하다 점차 동맹국들을 동원했고, 이제는 국제사회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3단계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 초청도 방역 성과가 큰 민주주의 성공 사례로 초청했다기보다 반중(反中) 전선 투입 셩격이 더 큰 듯하다.


단 G11이 실제 만들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G11은 독일이 불참하면서 즉흥적 아이디어로 나온 것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을 갑자기 언급한 것도 원래 생각인지 의문이다. G11 혹 G12는 러시아의 참여 여부에 따른 숫자 변동인 듯하다. 만약 러시아가 불참 시 G11 참여국들은 모두 민주주의 국가들이다. 중국과 함께 러시아는 G11 밖으로 밀려나 사실상 '신냉전' 진영 모습을 띠게 된다.

한국의 G11 참여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국은 부담이 크다. 그러나 앞선 걱정이다. 참여국 중 미국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반중 최전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G11 회의에서 중국과 관련해 우리의 현실적 접근법은 신중한 참여다.


한편 중국 또한 한국에 반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 미ㆍ중 사이 대립이 격렬해 전선을 확대하기 어렵다. 중국이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장비 교체에 반응을 자제하는 것도 미국의 한중 이간계로 보기 때문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며, 이후 한중관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7월 국내에서 한나라 명장 한신(韓信)의 '과하지욕(跨下之辱, 큰일을 위해 당장의 분함을 참는다)'이 회자되었다. 문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미국 가랑이 밑을 긴다는 의미였다. 약 3년이 흐른 지금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가랑이를 기어 나와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당당히 들어가는 형국이다. G11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든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이제 꼭 필요한 선도국가로 발돋움한 것이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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