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이들]②온라인서 활개 치는 청소년 범죄
'온라인 도박 해본 적 있다' 2015년 1%→2018년 2.4%
온라인 폭력 가해 고교생 50%는 "잘못했다는 생각 안해"
10대들이 위험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온라인 성범죄의 가해자ㆍ피해자 상당수가 미성년자들이다. 청소년 범죄의 흉악성은 날로 심각해진다. 아이들이 집을 나와 그룹을 결성하고 이는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본지는 우리 사회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청소년이 신종 온라인 불법 도박 중 하나인 '소셜 그래프'를 하는 모습. 청소년 인터넷 불법 도박 중독은 절도·사기 등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련 정부기관과 교육 당국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사진=윤동주 기자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온라인 상 청소년 범죄의 양상과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주로 '집단 괴롭힘'의 용도로 사이버 폭력을 활용하던 데서 벗어나 이제는 '강력범죄'로까지 발전했다. 기술의 발전과 그 기술을 바라보는 청소년의 가치관은 급변했지만, 사회 제도가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버 범죄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란 점이다.
올해 경찰청이 발간한 '2019 사이버위협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범죄는 18만499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14만9604여건에서 20.6%가량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 내 최고치(15만3075건)을 크게 웃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온라인 환경에 친근해 이 같은 범죄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중 30.2%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문제가 된 n번방 사건 역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 등을 통해 발생했다. 과거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범죄들의 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이버 도박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3개월 동안 사이버 도박을 해본 적 있다고 답한 재학 중 청소년은 2015년 1%에서 2018년 2.4%로 증가했다. 사이버 도박 중독으로 상담을 받은 청소년도 2016년 308명에서 2018년 1027명으로 2년만에 3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인증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합법 사행 산업과 달리 연령제한 등 뚜렷한 규제가 없어 청소년의 접근이 용이한 게 맹점으로 지목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성 착취 영상물 등을 미끼로 사이버 도박을 유도하는 이들도 생겨나 청소년들을 노리고 있다.
청소년 간 사이버 폭력도 여전히 심각한 사회 문제로 남아있다. 사이버 폭력은 물리적 가해가 없다 하더라도 급속도로 퍼질 수 있는 데다, 장소ㆍ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 피해 범위는 훨씬 크다. 2000년대 후반부터 사이버 폭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청소년의 경우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피하는 사례도 많다
이 때문에 사이버 폭력 가해자들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사이버 폭력의 유형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에서도 온라인 폭력 고교생 가해자 중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49.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의 디지털 기기 접근성이 좋아지는 것에 반해 이를 관리ㆍ감독해야 할 어른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아이들의 온라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온라인 범죄에 대한 조사ㆍ처벌 등을 경찰이나 수사기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민간 사이버 전문가 등을 활용하고, 일반 시민들의 신고 제도를 활성화시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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