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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경영권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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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경영권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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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노사 문제에 대해 법과 윤리를 엄격히 준수하지 못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앞으로 삼성은 편법이나 지탄을 받을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사과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며 이뤄졌다. 특히 주목받은 내용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창업자 가족들이 지배주주로서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가족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중 어느 쪽이 우월하냐는 논쟁은 별 의미가 없다. 각각의 체제 아래 무수한 성공과 실패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경영의 장점은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 가족들은 선대에서 일궈놓은 '우리 회사'를 다음 세대에게도 물려줘야하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할 수가 있다. 반면 전문경영인은 '내 회사'가 아니므로 임기 중의 실적에만 치중해 단기 실적주의로 빠질 수 있다.

가족경영과 경영권 승계가 지닌 가장 큰 약점은 지속가능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흔히 '부자가 삼대 못 간다'는 속설처럼 실패한 가족기업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세대가 지나면서 창업자 가족 개개인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선대부터 이어져온 기업이 몰락하는 경우도 흔하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재산 분할과 경영권을 두고 가족 간 다툼이 극에 달해 아내가 남편을 밀라노 시내 한복판에서 청부살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가족 경영은 종말을 맞게 되고 다른 기업에 인수됐다.


가족기업의 또 하나의 한계는 가족 안에서 계속 유능한 경영자를 배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뛰어난 경영자가 한 집안에서 연속해 배출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오늘날 삼성의 성공은 이병철ㆍ이건희라는 탁월한 경영자에 의해 이뤄졌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후손들 중에 계속 유능한 경영자가 탄생해 가업을 계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조선 초기 왕조의 체제가 정비되면서 적장자로서 체계적인 왕위 계승 교육을 받고 등극한 최초의 왕은 다름 아닌 폭군 연산군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한 집안에서 계속 태어나거나 경영권 승계 수업을 받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의 특이한 점은 절대 다수의 기업들이 '오너'라 불리는 창업자 가족이 직접 경영하고 경영권을 승계하며,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창업자 가족들은 지배주주로서의 지분과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며 이 과정에서 편법과 탈법, 경우에 따라선 불법 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오늘날 이 부회장이 겪는 어려음의 시작은 이 부회장이 60억원을 증여받고 16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한 시점부터 시작된다. 44억원이 현재 약 7조원으로 증가하는 과정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 수많은 사건으로 논란과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본인도 투옥되는 고초를 겪었다.

이 부회장의 사과는 과거의 사회적 물의를 결자해지하는 첫 걸음으로 평가하고 싶다.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부회장 가족들이 삼성의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될 이유는 없다. 삼성을 앞으로 계속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이 부회장 가족의 역할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다. 성공한 기업들은 탁월한 경영자가 기업을 경영하고 이들에 대한 이사회와 주주들의 적절한 견제와 감독이 균형을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가 단순히 삼성의 미래에 대한 다짐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기업들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기업을 이끌어갈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ㆍ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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