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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누가 청약통장을 로또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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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누군가가 시장에서 1만원에도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을 5000원에 팔 것을 강요당한다면 당신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심지어 반값에 그 물건을 산 사람이 다시 시장에 이를 되팔아 5000원의 차익을 얻는다면? 뒷목을 잡을 일일 것이다.

요즘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 상황이 딱 그렇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일대에서는 공급되는 분양 아파트마다 청약자들로 북적거린다. 집값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 3월 이후 내리막인데 분양시장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한 자릿수는 물론 두 자릿수의 청약 경쟁률조차 명함을 못 내밀 판이다.

청약시장이 과열로 치닫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단순히 주변 아파트 가격만 비교해도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분양된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를 보자.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는 최저 6억4600만원에서 최고 7억200만원. 2년 전 비슷한 입지에 입주한 인근 L아파트의 같은 면적과 비교하면 어림잡아 4억~5억원의 시세 차이가 난다. 326가구 공급에 3만1277명의 청약자가 몰린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재개발 단지인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가가 낮을수록 사업 주체인 조합원들의 이익이 줄어든다. 일반분양 수익으로 건축비를 충당하는 사업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합 측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밖에 없던 것은 분양보증 발급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개입해 분양가를 억제하는 탓이다. HUG의 정부 지분율이 68.25%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는 셈이다.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해 가격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도 배경이다.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한다는 논리는 과거 경험을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문제는 후자다. 분양가 억제로 얻는 실익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 신규 주택의 분양가를 낮춰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공급 물량이 시장 가격을 좌지우지할 만큼 압도적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사업 주체가 누릴 이익이 일부 당첨자에게 고스란히 옮겨갈 뿐이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결과적으로 청약 통장을 로또복권으로 변질시킨 것이다.

물론 공공적 성격이 강한 주택 문제에 단순한 물건 사고파는 논리만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쥐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는 주택 공급 가격 결정을 시장에 맡기기에는 위험이 크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시세 차익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정부는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채권입찰제'다. 이미 제도적으로도 검증된 이익 환수 시스템이다. 환수한 이익은 임대주택 등 서민 주거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참여정부 당시 판교신도시 분양에 이 제도를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해주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한다.

다주택자에게는 징벌적 성격의 보유세와 거래세를 부과하면서도 정작 분양시장에서의 투기는 방관하는 정부의 정책 의도에 시장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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